시민단체 경실련. 정확한 단체 이름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다. 이름 그대로 경제 정의를 표방하는 단체다. 이 경제 정의를 위해 1989년 11월에 창립된 경실련이 올해로 36주년을 맞는다.
시민단체의 맏형으로 지칭되는 경실련의 김성달 사무총장을 8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경실련 사무실에서 만나 경실련이 걸어 온 길, 그리고 김성달 사무총장의 시민운동 발걸음을 들어 봤다.
1989년 출범한 경실련의 출범 배경은 ‘부동산 투기 근절’
먼저 김 총장은 경실련이 출범하게 된 당시 사회상에 대해 설명해 줬다. 당시 가장 중요했던 이슈는 바로 ‘부동산 투기 근절’이었다. ‘경제 정의’라는 것이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원칙에 어긋나는 게 불로소득이라는 것.
“1989년 경실련이 창립할 그 시기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뒤로 하고 사회적으로 부동산 투기가 아주 심각할 때였어요.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으로 인해 지금은 세입자들이 돌아가시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렇게 흔하지 않았는데, 당시 소비자분들이 많이 돌아가시면서 사회적으로 주거 불안, 투기 근절 이런 것들을 해결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많이 커졌어요. 이에 저희는 그것을 내걸고 부동산 투기 근절 또 나아가서 재벌 개혁 두 가지의 큰 과제를 해결해야 된다라는 것이 출범의 배경이 됐습니다.”
경실련 이전에도 흥사단이나 YMCA, YWCA 등의 단체가 있었지만 정부 정책을 견제,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이런 운동 방식을 갖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로서는 경실련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경실련의 시작은 민주화운동 인사들과 기독교에 기반을 둔 인사라는 것이 김 총장의 설명이다.
“1987년에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운동권에서 넘어오신 분들도 계셨지만 기독교의 종교적 관점에서 사회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하시던 분들이 무언가 새로운 시민사회 그리고 기존의 운동권 중심의 그런 것이 아니라 합법적이고 또 실사구시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합법적인 시민사회 이런 것들을 견지를 하고 출발한 겁니다.”
경실련은 1989년 창립 당시 종로 5가에서 시작해 이후 정동빌딩으로 이전했다가 다시 피어선 빌딩으로, 지금 대학로 사무실은 2004년에 옮겨 왔다. 자체적으로 건물을 마련해야 된다라는 의미가 강해 모금운동을 통해 단독주택지 필지를 사들여 신축을 했다. 그 이전에는 재정이 열악해 단전, 단수까지 겪었다고 한다.
26년차 경실련 활동가이자 첫 비운동권 출신 여성 첫 사무총장 김성달은?
김 총장은 경실련의 원년 멤버는 아니라고 한다. 김 총장이 경실련에 처음 문을 두드린 것은 1999년이다. 햇수로는 26년차 활동가인 셈. 그 26년 기간 동안 육아를 위해 잠시 나갔다가 다시 부름을 받고 복귀하기도 했고 국회에서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동영 의원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제가 전공이 도시계획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연구원이라는 곳에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왜 우리 연구가 이렇게 도움이 안 되는가, 우리 연구는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되는가’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경실련 구인 광고를 보고 내가 연구자로서 갖는 전문성을 공익을 위해서, 또 현장의 경험에 맞춰서 매칭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거 아닌가 하고 도전하게 됐습니다.”
김 총장은 경실련에 들어오기 전에는 다른 시민단체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대학 때는 운동권도 아니었다는 것. 경실련에서는 운동권 출신도 아니고 여성인 사무총장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전 직장에서 공공기관의 연구원으로서 갖는 한계를 경험했기 때문에 조금 더 공익적이고 새로운 역할을 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 경실련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당시 시민단체 인건비가 아주 열악하다고 알고 있었고 실제 처음 경실련에 들어왔을때도 80만원 수준이었어요. 면접을 볼 때 ‘버틸 수 있겠냐’라는 질문에 월급이 작은 건 상관이 없는데 꾸준히만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이 기억납니다.”
김 총장은 경실련에 들어와 처음 맡은 업무가 ‘그린벨트 해제 반대운동’이었다고 한다. 입사했을 때도 경실련 도시개혁센터라는 조직으로 들어왔다. 당시 1999년은 김대중 정부가 막 들어왔을 때였다. IMF를 넘어 DJ 정부가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데 그중에 이슈가 그린벨트를 푸는 것이었다.
김 총장은 출근 첫날 과천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러 갔다가 돌이 날아오는 경험을 겪었다고 한다. 보상 토지주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자기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어서 놀랄 만도 한데 그게 나쁘지 않았고 되려 ‘진짜로 왔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 총장은 사무총장으로서 3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사무총장이 3년 임기제로 한번의 연임을 할 수 있는데 올해 12월 말일까지가 3년 임기의 마지막이라고 한다. 아마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번 연임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에 들어와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운동은 ‘아파트값 거품 빼기 운동’
김 총장은 경실련에 들어와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운동이 ‘아파트값 거품 빼기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넘어 오면서 아파트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는데 경실련이 다시 한 번 투기를 근절해야 된다는 각오를 갖고 출범시킨 것이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라는 설명이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투명성 확보 등을 주장하면서 그 운동을 계속해 왔습니다.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과 분양원가 공개죠. 지금도 살아있는 이슈인데 다만 이제 워딩이라는 것들이 조금조금씩 변해서 그렇지 지금도 저희가 원가 공개 소송도 하고 있고 또 승소해서 자료도 받기도 하는 과정들이 계속 지금까지 진행 중에 있습니다.”
김 총장은 지금 경실련이 집중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아무래도 계엄이라는 큰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계엄이라는 것이 다시 재현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들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새 정부에도 많은 개혁 과제를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이런 것들이 잘 되기 위해서는 인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새 정부의 개혁 밑그림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추진력 있게 끌고 갈 만한 인사가 들어올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 인사 기준에 대한 논의들을 하고 있습니다.”
경실련은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절대적으로 회원과 모금 수익으로 단체를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늘 형편이 넉넉지는 않다. 하지만 17명의 경실련 활동가들이 신념을 갖고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김 총장도 그런 힘든 과정을 지내왔다. 지금의 남편도 경실련에서 만났다. 동지에서 부부가 된 것.
자녀가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면 응원해 줄 것
김 총장의 자녀는 장녀가 24세고 막내 딸은 중학교 1학년이라고 한다. 막내는 엄마가 경실련에 다니는 것은 알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만약 자녀가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면 응원해 줄 것이라 말한다.
“저는 너무 응원하죠. 왜냐하면 저도 해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렵냐라는 것은 그냥 그렇게 맞춰서 살면 된다. 그것이 그렇게 힘든 건 아니다라는 것을 아이한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돈이 많아서 좋은 것도 아니고 또 돈이 많은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것들을 아이한테 얘기할 기회는 계속 살아오면서 있었기에 아이가 이런 경우로 오면 저는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막 가라고 밀지는 않겠지만요.”
김 총장은 최근에 사회적 경제라는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좀 더 공익적이고 나눌 수 있고 윤리적 경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기에 시민사회로서는 그런 영역의 사업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고민이다.
1시간 동안의 대담을 마치고 기자가 시민 여러분들께 당부 또는 요청드리고 싶은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김 총장은 시민단체 후원에 대해 진솔한 마음을 전했다.
“시민사회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부자로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너무 고맙겠습니다. 지금 경제적 위기 앞에서 지갑이 옅어지면서 많이 힘드실 겁니다. 그럴수록 무언가 지금 이 사회가 바로 잡혀야 된다는 갈증들이 있으실 거예요. 그런데 그런 갈증들은 그냥 앉은 자리에서 내가 생각하는 걸로 바뀌지는 않아요. 물론 4년마다 투표도 하지만 결국은 국민들을 위하고 시민들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공익적 역할을 하는 단체에 힘을 실어줘야 된다는 생각이 사실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저는 느껴져요. 그래서 좀 더 시민사회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큰 돈은 아니더라도 기부자로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너무 고맙겠습니다.”
열정적 활동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며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 경실련. 그 중심에는 김성달 사무총장이 있다. 본 기자는 김성달 총장과의 대담에서 그가 가진 한국 사회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바꿔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그 열정과 용기는 현재 17명의 활동가들과 김성달 사무총장과의 사랑이 바탕이 되고 있다고 느꼈다. 경실련의 계속된 시민운동과 김성달 사무총장의 활약을 응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