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행정의 감시자로서 권력을 견제하며, 지역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충남 태안군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지역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잊은 채 '광고비의 그림자'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만든다.
지난달 신진항 선박 화재 당시, 태안 주민은 거액의 예산을 낭비한 태안군의 무책임한 행정을 비판하며 지역 신문사에 제보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외면이었다. 주민들은 태안군으로부터 연간 수천만 원의 광고비를 받는 지역 언론이 '눈 감고 입 닫았다'고 비판하며, 언론의 양심과 책임을 저버린 행태에 분노했다.
이어진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한 기자가 취재를 위해 태안군 근흥면사무소의 행사 관련 보조금 정산 자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면사무소 공무원이 취재자의 개인정보를 특정 지역 언론사 기자에게 유출한 의혹이 제기됐다. 심지어 이 기자는 해외 체류 중임에도 불구하고 취재 중인 다른 언론사 소속의 기자에게 취재를 방해하는 항의 전화를 걸어왔다. 이는 공무원과 언론의 유착이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 원칙과 개인정보보호법을 무시할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두 사건에 모두 등장하는 특정 지역 언론사의 행태는 지역 언론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행정의 감시자가 아니라 비호자가 되고, 시민의 편이 아니라 권력의 편에 서는 순간, 다양한 이권이 생길지수 있겠지만 언론은 존재의 가치를 잃게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광고비를 지원받으면서도 지역의 문제에 침묵하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이번 사태는 지역 언론이 스스로의 역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권력과의 유착 관계를 끊고, 시민의 편에서 진실을 보도할 때 비로소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비'라는 달콤한 유혹을 벗어던지고, 지역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진정한 파수꾼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