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위원회는 행정의 독주를 막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장치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위원회는 그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거수기' 역할에만 충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단체장의 의중을 따르는 '예스맨'들로 위원회가 채워지면서 민주적 절차는 빈껍데기가 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복수 위원회에 중복 위촉된 '예스맨'들의 존재다. 이들은 특정 사업을 밀어붙이는 역할을 맡아 다른 위원들을 압박하고, 반대 의견을 내는 위원들을 고립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의 전문성은 무시되고, 토론과 숙의는 사라지며, 결국 행정의 일방적인 결정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이는 위원회의 존재 이유인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이러한 위원회는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세금 먹는 하마'에 불과하다. 막대한 수당과 회의비가 투입됐지만, 그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결론을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것뿐이다. 전문성 없는 위원들의 '예스맨' 역할은 결국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더 심한 지자체는 노골적으로 단체장의 정당색과 같거나 선거때 뒤에서 선거를 돕는 사람들을 복수의 위원회에 위촉한다. 이러한 위촉 행위는 직접적으로 형법이나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가능성은 낮지만, 특정 법률의 취지나 행정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위반하는 소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지자체 위원회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위원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위원들의 중복 위촉을 엄격히 제한하고, 소신 있는 발언을 낼 수 있는 위원회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위원회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행정의 사유화 도구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