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꿈’이 '개꿈'이 될까 ‘용꿈’이 될까?

  • 기사입력 2025.08.19 21:53
  • 최종수정 2025.08.19 21:55
  • 기자명 유판덕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수석부원장/한국융합안보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북한 김여정
▲북한 김여정

빈대떡 아주머니는 빈대떡이 타지 않고 맛있게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뒤집는다.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과 민족의 명운을 좌우할 정책을 빈대떡보다 더 가볍게 뒤집는 것 같다.

북한 김정은이 드디어 남한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동생 김여정의 입(담화)을 빌어 이재명 대통령 취임 55일째(7.28)와 72일째(8.14) 2회 걸쳐 대남 내정간섭을 본격화한 것이다. 북한이 수령 유일 지배체제임과 김여정의 과거 담화에서 “위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처럼 담화 내용은 김정은의 의도다.

김정은은 2023년 12월(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과 2024년 1월(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 ‘대한민국은 별개의 민족, 적대 국가이므로 서로 간섭하지 말자’며,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칭하고 경의선, 동해선 철도와 도로를 폭파하고 콘크리트 장벽과 철책으로 막아버렸다. 그런 그가 남한에 새로 집권한 진보정권의 ‘대북·통일 행보’에 ‘무관심과 거부’ 형식으로 내정간섭을 시작한 것이다.

첫 번째 담화에서는 “한국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어떤 정책이 수립되든 개의치 않았고 평가를 일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한 번은 우리 입장을 명백히 짚고 넘어가자고 한다”고 전제한 뒤, “대조선확성기방송중단, 삐라살포중지, 개별적한국인들의 조선관광허용” 등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을 “한국 자신의 일”이므로 평가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또 “이재명의 집권 50여 일만 조명해보더라도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 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압박했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해 수선을 떨어도 한국에 대한 우리 국가의 대적 인식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으며 조한 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은 역사의 시계 초침은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고 했다.

두 번째 담화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정부의 ‘북한 대남 확성기 철거’ 발표를 부인하며, 이를 “무슨《선의적 조치》와 유화책》이 호응을 받고 있는 듯이 여론을 오도하고 조한 관계가 《복원》이라도 되고 있는 듯한 여론조작 놀음”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합동군사훈련 문제 역시 조정이니, 연기니 하면서 긴장 완화에 선심이나 쓰는 것같이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그것”은 대북정책을 “미화 분식(치장)하여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며 “허망한 ≪개꿈≫”이라며 정곡을 찔렀다. 또한 “우리에 대한 핵 선제타격에 초점을 맞춘 《미한핵협의그루빠》라는 것을 조작하고 정례적인 모의판을 벌려 놓고 있으며 각종 침략적 성격의 전쟁 연습에 빠져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담화에서 드러난 김정은의 의도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이재명 정부의 조바심을 자극해 더 큰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일방적 빠른 대북·통일 행보는 남북 협상 테이블에서 내놓을 중요한 협상카드였다. 하지만 이를 호의적으로 평가하기는커녕 허망한 ‘개꿈’으로 망신을 주며 갈길 바쁜 정부·여당에 더 큰 것을 달라고 조급증을 자극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대북 군사·안보에 불리한 독소조항이 내포된 ‘9.19 군사합의’ 원복을 서두르고 있다. 아마 북한은 ‘신뢰’를 내세우며 국회 비준까지 받으라고 윽박지를지도 모른다.

둘째, 상투적 수법이지만 한미관계 분열 및 대북억제력 약화다. 핵심은 두 번째 담화에서 꼭 찍었듯이 ‘한미핵협의그룹’ 약화 및 해체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업적으로 현 정부가 가장 먼저 지우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김정은에게도 목에 걸린 가시와 같은 것이다. 그다음이 국방부장관이 이미 밝힌 것처럼 이 정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받는 것이다. 이 두 사안이 해결된다면 김정은으로선 핵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신의 세습 독재정권을 영속화하는 결정적 담보를 확보하는 셈이 된다.

셋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강한 부정의 내면에는 긍정을 숨겨두듯이 전략적 이득을 노린 대화의 가능성이다. 첫 번째 담화에서 ‘이번 한 번만 짚고 넘어가며, 앞으로 어떤 정책,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다.’고 천명해 놓고, 불과 17일 만에 또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관심도 없다.”는 역설적 표현으로 관심을 강하게 표명했다. 따라서 김정은은 앞의 두 가지 의도를 남한 정부·여당이 성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시혜성 대화형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어느 진보단체 학술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주최 측 인사가 개회사에서 “국민에 의해 이재명이 왕으로 등극했다”고 했다. 현재의 이재명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3권을 장악하고, 제4권력이라고 하는 언론 권력의 든든한 지원까지 받고 있는 가장 강력한 정권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공 드리는 대북·통일 행보가 북한이 조롱하는 ≪개꿈≫이 아닌 향후 차기 정부의 성향과 관계없이 이어질 수 있는 ‘용꿈’이 되기 위해서는 지지하지 않는 절반 이상 국민(49.42% 득표)과 반대하는 야당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 절반이 반대하고, 야당이 사생결단으로 반대하는 정책이 오래가겠는가? 지금 정부는 앞 정부의 정책을 빈대떡보다 더 가볍게, 더 빨리 뒤집고 있다. 

특히 김정은에게 ‘부담스러운 신뢰’를 주어야 한다. 남한의 권력 속성을 너무나 잘 아는 김정은이 향후 5년, 아니면 그 이전에도 빈대떡처럼 뒤집힐 수 있는 그런 정책에 무슨 매력을 느끼겠는가? 김정은에게 ‘부담스러운 신뢰’와 ‘매력’을 주는 정책은 그의 입맛에 맞추기보다 대다수 국민의 지지와 묵시적 차원이라도 야당의 동의가 수반되어 일관성과 지속성이 담보된 정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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