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실체

"전작권은 국가 자주권의 상징일 수 있지만 준비 없는 전환은 안보 공백 낳을 수 있어"

  • 기사입력 2025.08.22 12:55
  • 기자명 김희석 한국융합안보연구원 연구위원
▲2024년 경기도 파주 임진강 인근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도하훈련.주한미군 홈페이지
▲2024년 경기도 파주 임진강 인근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 도하훈련.주한미군 홈페이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은 오랫동안 한반도 안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와 국방부는 수년째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강조하며, 그 조건의 핵심으로 이른바 FMC(Full Mission Capability, 완전 운용능력)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용어 뒤에는 우리가 직시해야 할 냉혹한 현실이 숨어 있다.

한국군이 지난 70여 년간 한반도 안보를 책임져 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매년 반복된 훈련과 대북 억지력과 대비 태세 덕분에 우리는 전쟁 없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수많은 장병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탱해온 것이다. 하지만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언제” 넘겨받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군이 “어떤 군대”로 준비되어 있는가를 묻는 문제다. 전작권은 국가 자주권의 상징일 수 있지만, 준비 없는 전환은 오히려 안보 공백을 낳을 수 있다.

군 당국이 강조하는 FMC는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의 총합이 아니다. 그것은 장비와 지휘 체계가 규정상 갖추어졌는지를 확인하는 행정적 지표에 불과하다. 전쟁은 종이 위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전장은 언제나 돌발 상황과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하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군은 1953년 휴전 이후 대규모 실전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지적 충돌은 있었지만, 전면전 경험은 없었고, 이는 군의 체질을 바꾸었다. 훈련은 정례화되었지만, 점점 행정화 되었고, 보고와 평가 체계는 과도하게 비대해졌다. 그 결과 장병들은 실제 전투보다 행정과 평가에 더 익숙해졌다. 이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문화가 구조적으로 그렇게 흘러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군(IDF)은 건국 이후 끊임없는 전쟁과 무력 충돌을 겪으며 군 전체가 실전 속에서 단련되었다. 그 결과 새로운 전술과 교리를 실전으로 검증하고 발전시켜왔다. 이스라엘군은 단순히 강하다는 평가를 넘어서, 실제 전투에 최적화되었다. 미군도 마찬가지다. 나는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마치고 돌아온 미군 장병들을 직접 보았다. 그들의 눈빛과 행동, 지휘 방식에는 실전에서 배운 교훈이 녹아 있었다.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득한 경험은 교범이나 이론으로는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미군을 세계 최강의 군대로 만드는 기반이다.

반면 한국군은 외형적으로 첨단 장비와 훈련 계획을 갖추었지만, 실제 전장에서 이를 운용해 본 경험이 없다. 바로 이 점에서 한국군과 미군·이스라엘군의 차이가 뚜렷하게 갈린다. 군의 힘은 장비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실전 경험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전력이다. 군이 스스로 왜 싸우는지, 무엇을 지키려는 지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없다면, 첨단 무기와 지휘 체계는 그저 무력한 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 논의는 정치적 구호나 시기 설정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한국군이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변화를 통해 자체를 전투 집단으로 다시 세울 수 있는가이다.

전작권은 언젠가 반드시 넘겨받아야 할 과제다. 그러나 그것이 형식적 전환이라면 차라리 늦추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북한 체제가 변화하지 않는 한, 미군의 지휘와 억제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한국군이 진정한 의미에서 전작권을 넘겨받으려면, 먼저 실전 경험을 모의할 수 있는 새로운 훈련 체계, 그리고 정신전력을 다질 수 있는 선진적 문화 개혁이 필요하다. 장성들이 진급이 아니라 국가를 바라보고, 장병들이 행정이 아니라 전투를 준비하는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적 과제가 필요하다. 실전형 훈련 강화이다. 단순 시뮬레이션과 보여주기식 훈련을 넘어, 실제 전투에 가까운 훈련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미군, 동맹군과의 합동 실전 모의 훈련을 확대하고, 전시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 훈련을 정례화하고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군의 사명은 단순한 직업적 안정이나 승진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이다. 군 내부 교육과 문화가 다시금 “국민의 군대”로서의 정신을 강조하도록 개혁이 필요하다. 장성 인사가 정치적 코드나 정권 친화적 성향에 좌우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군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개입을 줄이고, 지휘관 승진의 핵심 기준은 행정적 성과가 아니라 전투력 강화, 전술·작전 능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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