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관련 범죄 등으로 투옥됐다가 815 특사로 풀려난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전 조국혁신당 대표)이 26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으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표지석을 밟은 한 장의 사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는 표지석을 밟은 채 “민주화 운동으로 (민주주의가) 회복됐던 만큼 많은 국민들이 이 전두환 표지석을 밟으며 뜻을 되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석열의 운명도 이렇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난데없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갔다.
조국의 전두환 비석 밟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가 신당 창당을 선언한 지난해 2월 14일에도 5·18 묘역을 찾아 ‘전두환 비석’을 밟으며 호기를 부렸다.
사실 유명 정치인들의 ‘비석 밟기’는 일종의 의례처럼 자리 잡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랬고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대통령도 전두환 비석을 밟으며 5.18 묘역을 참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전두환 비석을 세 번이나 밟았다.
5·18 민주묘역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석은 그가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2년에 전남 담양군 방문을 기념해 세운 것인데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1989년 이를 부순 뒤 그의 이름을 밟고 지나가도록 여기에 묻은 것이였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이 같은 행위와 발언이 과연 ‘민주주의’라는 명분 아래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국민적 과제라고 본다.
광주사태는 누가 잘못했고 원인이 어디에 있든 간에 우리 현대사의 가장 아픈 기억 중 하나다. 5·18 묘역이 그 아픔을 딛고 일군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면, 그 앞에서 ‘극단적인 정치적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것은 멈춰야 할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 그런데도 과거를 정리하는 방식이 마치 부관참시를 하듯 꼭 이렇게 죽은자의 이름을 ‘밟는’ 식이어야 하는지? 또 그것이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광주의 정신과 맞는지는 관련자들은 심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윤석열의 운명도 이렇게 될 것”이라는 조국 전 대표의 표현은 장소도 부적절했지만 도를 넘었다고 본다. 이는 자신을 감옥에 보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분노와 비판 의식이 담겨 있지만 사실상 정치 보복을 염원하는 뉘앙스이자 저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역사를 바로잡는 일도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도 결코 누구의 비석을 ‘밟는’ 것으로 완성되진 않는다. 5.18의 진정한 아픔과 가치를 되새기고 지키기 위해선 더 성숙하고 품격있는 방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