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8.15'미러볼 사면'을 보며 지만원 박사의 안부를 묻는다. 

  • 기사입력 2025.08.29 20:46
  • 최종수정 2025.08.29 21:26
  • 기자명 박미출 도서출판 포인트북 대표/시인
▲지만원 씨
▲지만원 씨

민주화 이후 특별사면은 문민정부 4회, 국민의 정부 7회, 참여정부 5회, 이명박 정부 5회, 박근혜 정부 3회, 문재인 정부 4회, 윤석열 정부 5회, 현재 정부 1회로 32년간 총 34회에 걸쳐 단행되었다. 

특별사면은 통치권 차원의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보니 늘 그래왔듯이 정치적인 목적이 우선 하며, 정치 집단 간의 야합을 통해 서로가 필요로 하고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의 피선거권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사례가 빈번했는데, 그렇게도 쌈박질해대던 정치권이 이 부분에서는 너무나 쉽게 이심전심이 작동하곤 했다. 

역대로 특정한 법정공휴일 혹은 기념일에 특별사면을 하는 관례로 특히 광복절 특사나 삼일절 특사, 정부 출범 기념 특사 등이 있곤 했다. 

그러나 이번 815 광복절 특별사면은 너무 자의적이고 편향적이고 노골적이었다. 

조국의 자녀와 배우자 등 가족 사건은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여지없이 무너뜨렸고, 윤미향의 후원금 빼먹기(공금횡령 등) 사건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의 신뢰성, 시민사회단체 운영의 투명성과 직결된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지난 광복절에 실시된 '미러볼(술판에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조명 기구)사면'은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느낀 배신감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행위로서 범죄자들의 실질적 반성은커녕 사회적 합의 없이 일부 인간에게만 대놓고 특혜를 부여하여 뭔가 숨겨진 뒷거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했다. 

 특사가 지극히 사적 영역으로 활용되어 정치 보복이나 선거 후 보상 등의 수단으로 변질하고 말았다. 다시 말해 법적 정의보다는 정치적 계산이 먼저였고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켰으며, 현 정권의 정통성은 부당함을 동반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난날을 되짚으며 지만원 박사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2023년 1월 12일 징역 2년 형이 확정되어 수감생활을 한 이래, 2025년 1월 15일 만기출소(소위 보수 정권에서도 사면, 복권되지 못했다)했고, 그 후로 가끔 특강에 초청되는 장면을 언론 보도로 접했다. 

1990년대 초, 처음 만난 지 박사는 한반도의 국방과 안보, 군사, 외교 등의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이론으로 무장되어 있었고, 심지어 문제점에 대한 대안까지도 제시하는 놀라운 경지에 도달한 분이었다. 그런데 2천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에서 지만원이라는 이름은 논란의 중심에 자주 서게 되었고 발언과 주장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려 대립과 충돌을 부르기 일쑤였다. 

지만원 박사의 삶을 살펴보면, 1942년 강원도 횡성군에서 출생했고 서울 한영고등학교와 육군사관학교(22기)를 졸업한 후 포병 소위로 임관하였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무공훈장을 받았고 그 후 미국 해군 대학원에 유학하여 행정학 석사와 경영학, 응용수학, 시스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하여 시스템 경영에 따른 군대 혁신에 몰두하여 국방연구원과 육군사관학교에서 근무했다. 

 그는 단순한 군 장교가 아닌 학문적 탐구자이자 분석가였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을 공부하면서 이공계적 분석 역량을 쌓았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시스템 공학과 전산학, 군사 분석학을 전공하며 당시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데이터 기반의 분석적 접근법을 습득했다. 지 박사는 한국군 내부에 전산 체계를 도입하고 지휘·통제 시스템을 합리화하는 데 앞장섰다. 국방과 군사 전략 전반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군의 정보화와 지휘체계 효율화 시스템은 바로 지 박사의 공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군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국방과 군사 문제의 학문적 연구와 국가 안보 의식 고취에 노력과 관심을 지속하여 다양한 저술과 칼럼, 강연을 통해 군사 전략과 국가 안보 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대중과 소통했다. 특정인에 의해 독점적이며 폐쇄적으로만 여겨져 온 군사 이론을 일반 국민에게 알기 쉽게 풀어내며 안보 담론의 저변을 확장하고 사회 일반으로 보편화를 이룬 사회적 큰 기여는 그가 남긴 독보적 업적이라 할 것이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일관되고 강력한 주장과 사회를 향한 메시지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지 박사는 학문적 차원에서 군사학 연구에 시스템적 접근을 통해 공학적·전산학적 분석 기법을 접목한 선구자였다. 과거를 바탕으로 단순한 전술적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수학적 모델과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군사 문제를 해석하여 우리나라 군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 다양한 저술과 강연을 통해 국민에게 안보의 개념을 이해시키고 중요성을 상기했다. 그러면서 연계하여 자유민주주의 수호 의식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지만원 박사에 대한 평가는 논란이 여전하고 찬반이 극명하게 나뉜다. 그러나 정치적·사회적 논란과는 별개로, 국가 발전에 남긴 발자취는 절대로 간단하지 않으며 분명하고 중대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군의 현대화와 안보 정책 연구, 그리고 국민적 안보 의식 고취라는 성과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학문적 업적과 국가 기여라는 긍정적 측면은 그의 이름이 가지는 논란과 별개로 충분히 재평가할 가치가 있고 재평가받을 자격도 충분하다. 특정 인물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시간이 흐르며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그가 남긴 공적은 기록 속에서 변함없이 전해진다. 지만원 박사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역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은 그가 이루어 놓은 성장과 학문적 성취, 그리고 국가 안보에 대한 기여라는 긍정적 업적일 것이다.

 이미 과거의 일이라 치부하며 회피할 생각 말고,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지만원을 사면·복권하지 않은 잘못은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 유감이지만, “지만원을 사면하지 않은 직무 유기”, 역사적이며 정치적인 이 죄는 두고두고 원망의 대상이 될 것이다. 

 자유를 표방하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에서 겨우 옥살이 시늉만 하던 조국이와 전혀 죗값을 치르지도 않은 윤미향이가 두 눈 똑바로 뜨고 대낮에 거리를 활보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울화가 치민다. 

 고유권한이라고 마구 행사해대며 얼토당토않게 범죄자를 사면하고 복권한 무모한 자나 옳다커니 촐랑거리며 내년 지방 선거 출마 운운하는 얼빠진 작태로 애써 욕을 부르는 자, 이를 비판하기는커녕 앞다투어 보도해대는 비겁하고 치사한 언론을 보면서 같은 땅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못해 역겹기까지 하다.

 지만원 박사님,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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