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부터 혁신하라

  • 기사입력 2025.09.04 12:54
  • 최종수정 2025.09.04 12:59
  • 기자명 김승동 대표기자/정치학 박사
▲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당내 성비위 사건을 지적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강 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지라고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괴롭힘을 마주했다. 그러나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고 밝혔다.

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윤리위와 인사위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부 조사기구 설치 요구는 한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해가 쏟아졌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이름의 징계를 받고 며칠 전 사직서를 냈고 또 다른 피해자도 지금 이 순간,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것이 제가 침묵을 끊고 오늘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강 대변인은 밝혔다.

그는 “정의는 왜 이렇게 더디고, 불의는 왜 이렇게 신속한가”라며 “우리는 기다렸다. 8·15 사면을 기다렸고, 사면 이후 당이 제자리를 찾고 바로잡힐 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제는 깨달았다. 더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해 조국 전 대표에게도 사실을 알렸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어 실망과 불만을 표하는 듯했다.

사실관계가 정확히 어떨지 모르나 ‘새 정치’를 표방했던 조국혁신당이 벌써부터 도덕성 위기에 휘말린 것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다. 혁신을 외치던 정당이 자기 내부의 혁신조차 이루지 못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나아가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다시금 보여주는 사건이다. 

정치권의 성비위 문제는 특정 정당만의 일탈이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가릴 것 없이 반복되어 왔다. 성적 일탈과 권력형 성범죄는 오랫동안 정당 내부의 권위주의적 문화와 남성 중심적 구조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문제 발생 시 솜방망이 처벌과 조직적 은폐가 반복되며 국민에게는 정치권 전체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번 사태가 우리 정치문화에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정당은 도덕적 기준에서 스스로를 더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 혁신을 내세운 정당이라면 더욱 그렇다. 둘째, 정당 민주주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내부 권력자에게 집중된 권한이 성비위 은폐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공천 과정, 징계 절차, 지도부 의사결정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권력은 빛을 비출 때만 정당성을 가진다.셋째, 우리 사회 전체의 정치문화 성숙이 필요하다.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권자 역시 ‘내 편이면 무조건 감싸기’가 아니라, 도덕적 책임과 제도적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정치인의 성비위 사건을 정파적 공세나 방어의 수단으로만 소비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다면, 결국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일단 조국 혁신당에 대한 혁신이 요구된다. 조국혁신당을 혁신하라는 명제는, 곧 한국 정치 전체를 혁신하라는 요구와 같다. 사건은 한 당에서 터졌지만, 국민이 바라는 변화는 모든 정당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조국혁신당을 비롯해 모든 정치권이 답해야 한다. 혁신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스스로를 혁신하지 못하는 정당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혁신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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