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에 민주주의는 있는가?

  • 기사입력 2025.09.13 09:49
  • 기자명 백승일 기자
▲지난 12일 천안시의회 본회의 중 의장석을 떠나는 김행금 천안시의장(사진 왼쪽). 독자 제공
▲지난 12일 천안시의회 본회의 중 의장석을 떠나는 김행금 천안시의장(사진 왼쪽). 독자 제공

천안시의회 본회의 파행 사태는 단순히 '독립기념관장'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 충돌로 치부할 수 없다. 그 안에는 천안시 의정을 이끄는 리더십의 '절차적 정당성' 부재와 '시민 정서'에 대한 무감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국민의힘 소속의 김행금 의장은 "민생회복이 더 시급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운영위에서 합의된 안건을 일방적으로 무력화시킨 행위를 정당화하는 논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민생'을 내세우며 정작 의회의 기본적 기능인 의사 진행 절차를 파괴한 것은, 마치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과 같다.

김 의장의 이러한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취임 이후 제기된 인사권 전횡, 관용차 사적 이용에 대한 '셀프 면죄부' 논란, 그리고 물폭탄이 쏟아지던 수해 시기에 강행했던 출판기념회는 그동안 쌓여왔던 불신의 단면을 보여준다. 시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개인의 일정을 우선시한 행동, 그리고 그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사진용' 현장 방문을 꾸며낸 행태는 책임 있는 공직자의 기본 자세를 의심하게 한다.

특히, 같은당 소속의 박상돈 전 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사실상 최고 선출직 자리에 있는 의장의 이러한 행보는 천안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을 더욱 키운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명분과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은 결국 의회와 시민 사이의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심지어 같은 당 소속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윤리위원회 신고'라는 칼을 빼 들 만큼, 김 의장의 리더십은 내외부에서 모두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독립기념관장 문제는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정신을 기리는 국가적 가치와 직결된 사안이다. 이를 '정치적 사안'으로 치부하며 논의 자체를 회피한 것은 의회로서의 책임 방기다.

심지어 같은 당 소속인 장혁 시의원조차 김 의장의 '공정치 못한 의회 운영'과 '비상식적인 정치활동'을 문제 삼으며 당 윤리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 의장을 향한 불신이 당내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천안시의회가 지금 당장 회복해야 할 것은 독립정신을 폄훼하는 인물에 대한 분노에 앞서, 바로 자신들이 훼손하고 있는 '의회 민주주의 정신'이다. 절차를 무시하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며, 시민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의회는 결국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의회는 파행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책임 있는 행동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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