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는 요즘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9일 제303회 임시회를 마친 뒤 의원들이 대거 해외 출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전체 5개 상임위원회 중 건설교통위원회를 제외한 4개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모두 외국 출장길에 올랐다. 전체 의원 40명 중 26명이 떠났다. 출장 목적지는 북유럽, 영국·프랑스, 홍콩·마카오, 두바이·터키 등 인기 해외 여행지다.
먼저 행정안전위원회는 신동섭 의원을 제외한 6명이 9일 임시회가 끝나자마자 출장길에 올라 18일까지 9박10일 일정으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를 방문한다.
시의회가 배포한 행안위 의원들의 출장 사유는 ‘북유럽 선진 도시의 소방 및 시민 안전 시스템 구축 사례와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 기반의 지방자치 활성화 방안을 연구’다. 시의회는 16일 “행안위 의원들이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과 노르웨이 오슬로를 찾아 소방 및 시민 안전 시스템,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 평생교육 정책 등을 직접 살펴보고 있다”며 “이번 방문은 이 같은 우수 정책을 인천 지역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홍보했다.
산업경제위원회 소속 의원 8명도 10일부터 17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터키를 방문 중이다. 이들은 투자금융청과 KOTRA 무역투자관 등을 방문해 글로벌 투자유치 전략과 창업·기업 지원 인프라를 조사한다.
교육위원회는 조현영 의원을 제외한 소속 위원 6명이 11일부터 영국과 프랑스를 6박8일 일정으로 방문 중이다. 이들은 런던 서머힐 학교와 파리 패스컬쳐 본사, 앙리4세 고등학교를 공식 방문해 세계 최초 대안학교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인천형 대안학교 정책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의회 홍보팀은 16일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각 기관 방문으로 교육 혁신과 지역사회 중심 학습 모델을 직접 체험하고, 우수 사례를 인천 교육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라며 “특히 영국 뉴 몰든 도서관에서는 다문화 도시 특성에 맞춘 지역 커뮤니티 중심 운영 방식, 디지털 학습 지원, 생활 밀착형 서비스 등을 확인하며, 도서관이 단순한 자료 제공을 넘어 주민 교류와 평생학습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체감했다”고 출장 상황을 홍보했다.
문화복지위 소속 의원 5명도 4박5일간 홍콩, 마카오, 중국의 선전 등을 방문하기 위해 16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해당 도시의 관광인프라 시찰이 주요 출장 목적이다.
인천시의회는 오는 22일부터 시행되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을 앞두고 인천시의 2차 추경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 또 다음 달 14일부터는 10월 임시회가 예정돼 있고, 11월에는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주요 의사일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 전엔 10일 안팎의 추석 연휴도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등에선 “시의회 의원들이 맡은 일은 하지 않고 해외여행에만 진심”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국외 출장은 가급적 본회의나 임시회 일정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출장 목적이 다가오는 회의와 얼마나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사전에 준비된 실적과 성과가 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외유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추석 연휴에다 주요 일정이 예정돼 있어 해외 출장을 갈 시기가 지금 밖에 없다”며 “일정을 몰아서 진행한 것일 뿐 외유성 출장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