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1지구 입찰변경에도 더 내놓으라는 ‘현대건설’... 비대위는 ‘좌불안석’

현대건설,자사 입맛에 맞게 "입찰지침 수정 요구" "경쟁사 제재해 달라"
업계, 입찰 위해 ‘조합 길들이기’ 분석…"경쟁 우위 선점 의도도"
비대위 조합원, 소송비용 등 금전적 타격 불가피

  • 기사입력 2025.09.22 11:34
  • 기자명 정구학 대기자
▲현대건설 이한우 대표이사
▲현대건설 이한우 대표이사

현대건설이 서울 성수1지구 조합의 입찰지침 변경과 재입찰 결정에도 입찰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그 이유와 배경이 궁금하다. 오히려 조합과 경쟁사의 결탁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합의 ‘러브콜’에도 한 발을 빼는 모습이여서 더욱 궁금증을 나자아내고 있다.

성수1지구는 최근 입찰지침을 변경했다. 성수1지구 조합은 지난 4일 대의원 회의에서 ‘입찰지침서 수정안’ 부결에도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승적 차원에서 입찰지침을 변경했다.  현대건설의 입찰지침 반발로 수주전이 GS건설 단독입찰로 굳어지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지침을 완화해 경쟁입찰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사업 일정이 다소 연기될 수밖에 없지만, 경쟁입찰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더 나은 제안이 나오길 기대한 것. 이에 따라 입찰지침 완화를 요구하며 지난달 29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불참했던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등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다.

◇성수1지구 조합의 입찰지침 변경에 ‘더 바꾸라’ 요구한 현대건설

하지만 조합의 이 같은 결정에도 현대건설이 재입찰에 나설지는 아직까지도 미지수다. 현대건설은 입찰지침 변경에 관한 감사나 환영의 인사도 없이 오히려 최근 조합 공문에 회신하며 입찰 지침 추가 수정을 요청했다.

이 공문에서 현대건설은 조합에 요청한 내용과 동일하게 입찰지침 수정을 요구했고, 추가로 현대건설의 지난 2017년 대법 판결과 관련해 입찰 제한 논란 소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문구도 넣어줄 것을 요청했다.

성수1지구 입찰 공고에 금품·향응 제공 등으로 처벌받은 업체는 입찰을 제한한다고 명시된 부분이 있다. 현대건설은 1·2·4주구 금품 제공 혐의가 대법원에서 벌금형 및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 받았기 때문에 이를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이 지난 10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 조합에 발송한 공문:조합이 진행중인 시공자 입찰 과정에 ‘불법과 범죄’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며 (현대건설의 입찰에 앞서) 조합의 해명과 자정조치 그리고 ‘GS건설 제재 조치’를 요구했다 . 
▲현대건설이 지난 10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 조합에 발송한 공문:조합이 진행중인 시공자 입찰 과정에 ‘불법과 범죄’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며 (현대건설의 입찰에 앞서) 조합의 해명과 자정조치 그리고 ‘GS건설 제재 조치’를 요구했다 . 

여기에 더해 조합과 GS건설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언급하며 조합의 해명과 GS건설에 대한 도정법 및 관련 고시 등에 따른 제재 조치 선행을 요구했다.

◇현대건설, 압구정2·3구역 수주에 성수1지구 걸림돌 되나?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대건설의 태도에 대해 ‘조합 압박용’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입찰지침 수정이 불가하자 현장설명회에 불참한 것처럼, 이번에도 자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입찰에서 빠지겠다는 의중을 담았다는 풀이다.

다만 이번에도 조합이 현대건설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짙다. 현대건설의 입찰제한과 관련한 내용 정도는 조합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유력 시공사 후보인 GS건설에 대한 제재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성수1지구 조합을 상대로 마지막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경쟁 입찰에 앞서 조합을 상대로 유리한 조건을 최대로 이끌어 내려는 이른바 ‘을질’의 전략적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압구정2구역 조감도
▲압구정2구역 조감도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성수1지구 입찰지침 완화 조치에도 결정을 못한 것으로 안다. 내부적으로 압구정2구역 수주를 앞두고 리스크가 있는 현장을 들어갈 필요가 있냐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칫 압구정2구역 조합원들 반발에 부딪치거나 압구정3구역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성수1지구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압구정2구역 보다 파격적인 제안을 할 경우 압구정2구역 조합원들의 분노에 직면하게 되고, 성수1지구 수주전에서 패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 삼성물산과 ‘단두대’ 매치가 예정된 압구정3구역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현대건설 지원 끊긴 비대위, 소송 비용 감당할 수 있나?

한편, 이 같은 분위기에 업계에서는 일부 조합원들의 피해도 우려하고 있다. 그간 성수1지구 ‘비대위’는 현대건설의 지원을 바탕으로 각종 소송과 조합장 해임 등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성수1지구 한 조합원은 “현대건설 직원들이 직접 비대위 측의 대의원회 소집 발의서를 걷으러 다니는 등 조직적인 활동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떠난다면 사법리스크나 비용을 고스란히 비대위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조합원 자격 박탈 우려도 있다. 일부 조합들이 조합사업에 저해가 되는 활동을 한 비대위 소속 조합원에 대해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 사례가 나오고 있어 자칫 소송 등의 문제가 불거질 경우 조합원 자격 박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지난해 조합원 정기 총회 안건으로 일부 조합원 제명건을 올렸고 가결됐다. 그간 소송 등으로 조합 사업에 제동을 걸어온 ‘비상대책위원회’ 주도 조합원들이 대상이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소송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며 “건설사들이 비대위 활동을 암암리에 지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거나 수주에 실패한 이후에는 그 비용을 비대위가 모두 떠안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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