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없는 자율주행버스…서울 한복판서 오토바이 피해 '척척'

청계광장∼청계5가(광장시장) 왕복 4.8㎞ 달리는 청계A01

  • 기사입력 2025.09.23 14:43
  • 기자명 최수경 기자
▲ 23일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셔틀이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운전석과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셔틀은 안전요원이 탑승하지만, 운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청계광장∼청계5가(광장시장)∼청계광장을 순환하는 총 4.8㎞ 구간으로, 주중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한다. 연합뉴스
▲ 23일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셔틀이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운전석과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셔틀은 안전요원이 탑승하지만, 운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청계광장∼청계5가(광장시장)∼청계광장을 순환하는 총 4.8㎞ 구간으로, 주중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한다. 연합뉴스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청계광장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 8명이 탄 어딘가 기묘한 모습의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 내부에는 둘러앉은 사람들뿐 운전자와 운전석, 핸들, 심지어 브레이크 페달마저도 볼 수 없었다.

외관도 일반적인 차량과는 다른 유선형의 캡슐 모양이었다.

서울시가 이날 선보인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 '청계A01' 버스다. 차량은 국내 자율주행 기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제작한 'ROii'다.

서울을 달리는 자율주행 택시나 자율주행 버스는 모두 자율주행으로 달리더라도 차량에 핸들이 있고 수동 모드 전환에 대비해 운전자가 앉아 있는데, 이 버스에는 그런 장치가 아예 없었다.

긴급 상황에 대비해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조이스틱'을 들고 타는 시험 운전자 1명은 승객들과 함께 좌석에 앉아 있었다.

자율주행 운행을 시작한 버스는 출발과 동시에 거침없이 차선을 바꿔 앞에 서 있던 승용차를 추월해 갔다.

회차하기 위해 유턴할 때, 직진하려는 차량이 급하게 끼어들자 알아서 속도를 줄이더니 앞차와의 간격이 벌어지자 이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점심 먹으러 가는 직장인 무리가 도로를 질러 지나갈 때는 잠시 감속해 멈춘 뒤 사람들이 빠지자 다시 출발했다.

모두 안전 운행을 가능하게 하는 4개의 라이다 센서, 5개의 레이더 센서, 카메라 센서 8대 덕이다.

이 센서들이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보행자, 사물을 구분해 인지하고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감속하게 한다.

청계천 일대는 규정 속도가 시속 30㎞지만 운행 초기임을 고려해 버스는 시속 20㎞ 안팎으로 달렸다.

다만, 버스가 달려 광장시장 인근으로 진입하자 불법 주·정차 화물차가 많아 급하게 멈추는 순간이 많았다.

어느 정도 공간만 확보되면 노련한 기사처럼 주저하지 않고 달렸지만 차선 2개 가운데 한 차선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이 많아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광장시장 일대를 지나던 중 갑자기 앞선 봉고차가 짐을 내리기 위해 비상 정차하며 자율주행 버스 역시 급하게 멈춰야 했다.

봉고차를 피해 차선을 바꾸려는 순간, 짐을 내리려던 운전자가 뒷걸음질하며 다가오는 일이 벌어졌다. '부딪히면 어쩌나' 하던 중 자율주행 버스에 탑승한 관리자가 경적을 울렸고 다행히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광장시장 일대는 시내버스도 정류장에 바로 서기 어려울 정도로 화물차와 오토바이, 짐을 싣고 내리는 이들이 많다.

급하게 버스를 세우는 일이 많다 보니 승차감 역시 조금 아쉬웠다.

회차하기 위해 유턴할 때도 차량에서 작게 '삐그덕'하는 금속 소음이 났다.

운행 구간 중 어린이 보호구역은 법적으로 자율주행 모드가 불가능해 동승한 안전 관리자가 수동 운전을 했다.

이병진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사업개발1팀장은 "승차감과 속도는 운행을 거듭하며 더 편리하게 개선해나갈 것"이라며 "청계천 일대는 굉장히 혼잡한 구간으로 이런 곳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청계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왕복 4.8㎞ 구간을 차량 2대가 순환 운행하는 노선이다.

양방향 총 11개 정류소에 정차한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행하며 하루 11번 30분 간격(점심시간 제외)으로 달린다.

운행 요금은 일단 무료지만 이용객은 일반 시내버스와 동일하게 교통카드를 태그한 후에 탑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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