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를 둘러싼 비판은 이제 도시 경쟁력 하락을 넘어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는 행정 마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도시는 경쟁력으로 말한다. 그런데 지금 충남 서산시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당진에 게임이 안 된다”는 어느 시의원의 탄식은 과장이 아니다. 본질은 단순한 인구 유출이나 산업 기반 약화가 아니다. 문제의 뿌리는 공직 기강 해이와 인사 시스템의 붕괴다.
서산시 공직 사회에 떠도는 “승진하려면 색소폰 동호회에 가입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은 단순한 풍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특정 동호회와 충성파만 챙기는 인사, 정치적 성향에 따른 차별적 불이익, 선거를 도운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특혜성 사업과 자리 배분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면, 이는 서산 행정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능력과 헌신보다 ‘시장에게만 잘 보이는 것’이 우선되는 조직에서 시민 중심 행정이나 적극적 행정은 설 자리가 없다.
특히 시와 시민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온 성실한 여성 공무원들 등이 승진 적체로 의욕을 잃는 동안, 시장을 '대장'이라 칭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논론과 언론 통제까지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특정 인사가 사무관으로 승진하는 상황은 공직의 공정성이 사적인 보상으로 전락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최근 인사에서 공직 사회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결과 공무원들은 시민을 위한 행정보다 시장의 눈에 들기 위한 SNS 홍보 경쟁에 열을 올리며 기본적인 안전 행정은 소홀해지고 있다.
그 결과는 서산시 곳곳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대산공단 근로자들이 매일같이 겪는 출퇴근 교통난은 수년째 “검토 중”이라는 말로만 봉합되고 있다. 서산의 중심인 원도심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지만 뚜렸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시 외곽 개발에 몰두하면서 도시 중심의 기능을 더 상실 시키고 있다. 민원 현장에서는 책임 떠넘기기가 만연하다. 온석동의 부실 옹벽은 2년 가까이 방치되었는데, 부서 간 “소관이 아니다”라는 핑퐁만 오갔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호수공원 교차로는 사전 고지조차 없이 전면 통제됐다가 극심한 혼란을 빚었고, 결국 경찰이 긴급 출동해 이를 해제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이는 행정의 무능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전형적 사례다.
홍보 행정의 민낯도 드러난다. 불법 현수막 근절을 외치며 요란하게 민·관·정 협약식을 열었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도심은 다시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과태료 부과 건수조차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단속 의지의 부재를 보여준다. 행정은 문제 해결보다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만 집착하고 있다. 시민들이 행정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구조적이다. 인맥 중심, 충성 중심의 인사가 이어지면서 유능한 공직자들의 사기는 꺾였고, 행정 전반은 무기력에 빠졌다. 성실하게 일해온 여성 공무원들이 승진 적체에 시달리는 동안, 논란 많은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현실은 공직 내부의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 능력 있는 인재가 밀려나고 줄 서는 문화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 정책마저 공정성을 잃고 있다. 시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사에는 광고비를 끊고, 시장에 우호적인 언론에만 광고비를 몰아주는 행태는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행정이다. 비판 언론을 차단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행정의 불투명성을 강화할 뿐이다.
이완섭 시장과 서산시는 지금 중대한 질문에 직면해 있다. “서산시 행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민인가, 아니면 특정 인맥인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예측 가능한 행정, 안전한 생활환경, 능력 있는 공직자의 발탁이다. 그러나 지금 서산시는 보여주기 행사와 충성 경쟁, 인맥 행정으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역사는 지도자의 선택이 도시의 흥망을 가른 사례로 가득하다. 윤석열 전임 대통령이 보여준 오만과 독선, 무능한 인사 시스템이 남긴 교훈을 서산은 되새겨야 한다. 기강 해이가 누적되면 행정은 시민의 안전조차 지킬 수 없는 수준으로 무너진다. 지금 서산시가 딱 그 길 위에 있다.
돌파구는 분명하다.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시민과의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능력과 성실로 평가받는 구조를 만들고,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닌 실질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 반영할 수 있는 소통 구조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서산시는 결국 “색소폰 인맥이 좌우하는 조직”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오롯이 시장에게 돌아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