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남 서산시에서 추진된 60억 원 규모의 풍전저수지 둘레길 조성 사업이 부실 시공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완공도 되기 전에 둘레길은 울퉁불퉁 솟아오른 코코넛 매트 때문에 보행자에게 흉기를 들이미는 형국이 됐다. 6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시민의 ‘안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마저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서산시 행정의 안일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다.
우리는 흔히 도시의 경쟁력을 ‘화려한 건물’이나 ‘대형 사업’에서 찾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도시의 품격은 시민들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길에서 시작된다. 서산시가 보여준 관리 감독의 허점은, ‘예산 낭비’를 넘어 시민의 ‘안전 불감증’을 60억 원짜리 기념비로 세운 것과 다름없다.
파손된 인도는 '보행 약자'에게 장벽이다
풍전저수지 둘레길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서산 시내 곳곳의 인도는 깨진 블록, 들뜬 트리링, 내려앉은 경계석으로 가득 차 있다. 시민들은 불안함에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보고 걷는다’고 하소연한다. 이는 단순히 보행의 불편을 호소하는 것을 넘어선다. 도시의 인도가 ‘지뢰밭’이 되는 순간, 이는 곧 ‘보행 약자’의 ‘걸을 권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각 장애인에게는 길을 안내하는 점자 블록이 오히려 함정이 되고, 유모차를 미는 부모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파손된 인도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된다. 도시 행정은 안전을 최우선해야 함에도, 서산시는 눈앞의 문제들을 ‘방치’함으로써 시민들의 기본권을 외면하고 있다.
혈세 낭비와 안전 위협,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언론의 지적에도 서산시 행정이 사실상 ‘방임’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서산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안전을 높여 도시의 매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서산시가 하는 행정은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산시는 책임 있는 행정을 보여줘야 한다. 부실 시공된 둘레길을 바로잡고, 시내 인도의 위험 구간을 즉시 복구해야 한다.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는 명제를 행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는다면, 60억 원은 그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데 쓰인 혈세로 기억될 것이다.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전한 도시 서산’이라는 당연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시의 전면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