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7일까지 국민권익위원회가 온라인 정책 소통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 제도를 보강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다루는 사회단체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NGO신문은 학교밖 청소년이나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더유스, 이하 더유스) 김재열 대표를 14일 오전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나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풀어 나가는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은둔형 외톨이 등 위기 청소년 돕는 비영리단체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더유스)
더유스는 은둔형 외톨이 등 위기 청소년을 돕는 비영리 NGO다. 2013년도에 창립됐는데 2019년부터 은둔고립 청소년과 청년들을 돕기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 비인가 대안교육기관도 운영중이다.
“2000년도 초반부터 일본의 히키코모리(引 ひ き籠 こ もり, Hikikomori, 오랜 기간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행위) 얘기가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도 운둔형 외톨이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습니다만 2013년도에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이 창립했을 때는 학교의 부적응 청소년을 만나는 게 본업이었고 은둔형 외톨이가 뭔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위기 청소년만 알았던 때였는데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지금은 이 일에 빠지게 됐습니다”
2018년부터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김 대표는 지금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지원단체인 한국운둔형외톨이지원연대 대표도 맡고 있는 것은 그의 노력이 그동안 어떠했는가를 잘 말해준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 심각한데...규모도 애매모호하고 시선도 경직돼 있어
김 대표는 우선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치 않다고 지적한다. 발표하는 부처마다 다 다르다는데 보건복지부는 적게는 54만여명, 많게는 84만여명에서 89만여명으로 추산한다고 한다. 여성가족부는 100만이라고까지 얘기를 한다는데 그 원인은 전수조사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
“예를 들면 표본을 뽑아놓고 그냥 무작위로 은둔이냐 고립이냐를 물어보는거죠. 거기서 5%가 나왔다고 한다면 청년 전체 인구의 5%, 98만명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고립 은둔이 98만명이라는 예측을 하는 거죠”
김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말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많아지면 일을 안 하는 무직 청년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 말은 사회복지 체계의 수요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리고 또 이들이 늘어날수록 결혼을 안 하는 심각한 인구 절벽이 생길 수밖에 없고 소비를 안 하고 생산을 안 하니까 국가적으로 세금이 모자라는 등 복잡다양한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문제를 집에만 있다라는 식으로 보니까 해결이 안 되는 겁니다. 일본에서는 8060이라고, 80대 부모가 60대 자녀를 부양한다는 말인데 엄청나게 큰 파장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김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은둔형 외톨이들도 사실은 나오고 싶어 하는데 나올 수가 없어서 못 나온다는 것. 그 이유는 안전하지 못하다라는 생각이 제일 크다고 강조한다.
“경험이 기억을 만들고 경험이 사고를 만들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사람에게 지지를 받지 못했다라는 인식이 커요. 예를 들면 학교 폭력을 당한 아이가 부모님한테 가서 이를 말하면 보통 부모들은 화를 내고 ‘어떤 놈이 우리 자식을 건드렸어’ 이렇게 말하는데 은둔형 외톨이 부모님들은 많은 분들이 그냥 넘어가자, 너도 잘못한 것이 있겠지, 너 말만 들어서 나는 너를 믿을 수 없어 그런 말씀을 하시기도 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나를 지켜줄 게 부모인데 친구인데 학교인데 그 최소한의 사회 지지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인 것이죠. 그러니까 사람도 만날 수 없고, 왜냐하면 이미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깨졌으니까 사람도 만날 수 없고 밖에 나갈 수도 없는거죠. 하지만 나가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나가고 싶지만 나갈 수 없는 것이죠”
노래방에서 시작했다가 쫄딱 망한 창립 초기...그래도 돈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김 대표가 청소년과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생때 한국십대선교회(한국YFC) 동아리 활동을 한 경험으로 20대 초반에 그곳에서 드럼을 치는 봉사자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위기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소외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진짜 종교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2013년도에 기관을 설립한 곳이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 더유스다.
“창립 당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그냥 2013년도부터 2년 정도 학교 안에 있는 위기 청소년을 계속 만났던 실적들이 쌓이다 보니까 그 실적을 가지고 겁도 없이 서울시청에 찾아갔죠.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법적인 틀을 만들고 싶다 그랬더니 사단법인을 할 거냐 비영리 민간단체 할 거냐고 물어보길래 난 모른다. 뭐가 좋겠냐고 거꾸로 물어봤더니 그러면 사단법인은 법적인 틀이 좀 힘들다.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해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처음 시작 당시에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고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때 목사님 두 분과 활동가 둘이 시작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형에게 3천만원을 빌려 지하의 노래방을 얻었습니다. 아예 그곳을 청소년 아지트를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물난리가 난거예요. 물이 다 차가지고 그때부터 한 1년 정도는 그거 수습하는데 매달렸어요. 그래서 목사님 두 분은 나가셨고 돈은 다 날린거예요. 다행히 보험금을 좀 받았는데 그 돈으로 다시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공간에 사무실을 얻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숨만 쉬어도 100만원이 나가더라구요. 너무 힘들었는데 한 교회에서 안 쓰는 공간을 무료로 사용하게 해 줘 너무 고마웠답니다”
지금 사무실은 그 교회 이후에 다시 이전한 곳이다. 어느 NGO나 다 비슷하지만 비영리 민간단체들의 고민은 역시 재정 문제다. 더유스에도 상근자들이 몇 명 있는데 처음에는 50만원밖에 드리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200만원대로 인건비를 지원하는데 최저 인건비 수준이다.
정작 김 대표 자신은 한푼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한다. 신구대학교와 유학대학교 겸임교수로 청소년학을 가르치면서 받는 급여로만 활동하고 있다. 대학 강의를 안 할 때는 대리운전도 했던 경험이 있고 콜 아르바이트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저는 돈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20세부터 33세까지 자비량(自費糧, tentmaking, 교회의 목회, 교육, 전도, 선교 사역에 있어서 목회자 및 사역자가 교회나 해당 단체에 소속되거나 단독으로 활동할 때 어떠한 사례나 대가를 받지 않고 자신이 해결하는 방식)으로 활동했던 사람이라 그 부분은 깡이 좀 센 편인 것 같아요. 한 달에 30만원도 살아봤고 40만원도 살아봐서인지 돈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거기까지는 안 내려갈 거니까”
은둔형 외톨이의 마음의 문 여는데 친구같은 청소년지도사가 제일 잘할 것
김 대표는 매년마다 이 시대의 소외계층은 누구인가 고민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5년동안 이 일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 시대에 가장 취약계층은 은둔형 외톨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청소년기관에서도 이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자기 업무로 다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 같은데 저는 오히려 청소년활동진흥원이나 센터에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이 상담을 못 받아서 은둔형 외톨이가 된 것이 아니거든요. 은둔형 외톨이들은 집 밖으로 나갈 목적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일을 제일 잘할 사람이 상담사 보다는 청소년지도사라고 생각합니다. 친구처럼 이야기하고 다가서는 것이죠. 제일 중요한 것은 친구처럼 만날 수 있느냐 또래 친구처럼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은둔형 외톨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3년 과외 중개 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인한 정유정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여러 전문가가 정씨를 은둔형 외톨이라고 진단한 것도 해석의 오류라 주장한다. 정유정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 경찰학이나 범죄학 교수인데 그들이 은둔형 외톨이 전문가는 아니라는 것.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은둔형 외톨이를 상당히 무서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나랑 똑같은 청년이고 사람인거죠. 그렇게 봐 주시고 인정해 주시고 보듬어 주시고 안아주면 돼요. 그러면 그들은 똑같은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당신 자식도 경쟁에 치이다 보면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헌법 10조에는 모든 국민이 행복해야 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은둔형 외톨이도 행복한 나라가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초등학교 3학년 딸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김 대표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은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딸이 사회에 나오면 은둔형 외톨이가 될 것 같다며 자기 딸이 행복하려면 은둔형 외톨이가 살만한 나라가 돼야할 것 같다고 말한다.
“제가 왜 이 일을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코드가 맞아가는 길이 보이더라고요.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내 딸이 행복할 수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소외계층을 만나러 다닙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한국NGO신문과 같은 언론은 사회적인 문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언론을 통해서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넓어져서 물질적으로나 마음속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분명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희 기관이 없어지면 누가 또 돕겠습니까? 없어지지 않도록 많은 후원과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이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다루는 단체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여러 어려움속에서도 고립돼 있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고민하고 이들을 그 고립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김재열 대표와 사람을 세우는 사람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