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이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은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서민들이 돈을 모으는 사이 집값은 훨씬 빠른 속도로 오르고, 전세는 불안하며 월세는 고공행진 중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주택은 여전히 부족하고, 세입자 보호는 구호에 그치고, 임대료 상승에 대한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 급기야 여야의 지도부는 “개인 재산 털기”로 서로를 공격하는 추태를 보이며 싸우기에 이르렀다. 들끓는 비판 여론이 식을 줄 모르는 10.15 부동산 대책, 이에 한국NGO신문이 전문가를 통해 4회에 걸친 연재로 부동산정책을 긴급 진단해 본다. 오늘은 마지막 네 번째다 [편집자 주]
문재인 정부의 26차례 대책과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정책’까지, 부동산정책은 여전히 정책이 아닌 정치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 삶을 다루는 중대한 경제·사회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정책을 부정하고 새로운 정책을 마치 ‘보여주기 이벤트’처럼 발표한다. 그 결과, 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국민은 더 이상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정책의 피로감’, ‘시장 불신’, ‘국민 분노’, 이 세 가지가 오늘날 한국 부동산의 자화상이다. 이제는 비판을 넘어 해법을 논해야 할 때다.
1. 정부의 근본적 실패 “시장과의 대화 부재”
문재인 정부의 26번 대책은 하나같이 시장을 적으로 돌렸다.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정치적 구호 아래 시장을 압박했고, 그 결과 합법적 수요자마저 범죄자 취급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재명 정부의 10.15대책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세금, 대출, 청약, 공급 등 어느 영역에서도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흔적은 찾기 어렵다.
부동산은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이 살고 싶은 곳에 합리적 가격으로 주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정책은 언제나 ‘가격 통제’에 매몰되어 있었다.
LTV·DTI·DSR 강화, 다주택자 중과세, 전월세상한제 등은 모두 단기 처방이었으며,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장기적 시야는 부재했다.
2. 공급과 수요의 비대칭, “숫자는 있었지만, 집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수 차례 ‘30만 호 공급’, ‘3기 신도시’, ‘공공재개발’을 발표했지만, 이는 대부분 착공 이전의 ‘계획 수치’에 불과했다.
정작 필요한 시점에는 ‘공급 절벽’이 왔다. 착공 지연, 인허가 절차 복잡, 공공기관의 비효율이 겹치며 3년, 5년이 훌쩍 흘렀다.
결국 시장은 단기 물량 부족으로 가격 상승 압력을 받았고, 청년층과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잃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또한 이 구조를 타파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임대 확대’라는 구호는 좋지만, 재원 마련 계획도, 민간 참여 유도책도 없다. 공급의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시장’임을 잊고 있는 것이다.
3. 부동산 세제의 혼란, “징벌에서 유인으로”
세금 정책 또한 실패의 핵심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양도세를 ‘징벌적’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이재명 정부는 이를 일부 완화했지만, 여전히 방향은 불분명하다. 실수요자는 세금 부담에 신음하고, 다주택자는 거래세 폭탄에 매물을 잠그며, 시장은 ‘거래절벽’으로 굳어졌다.
정부는 세금을 ‘억제 수단’이 아니라 ‘정책 유인’으로 바꿔야 한다. 예컨대, 장기 보유 실거주자에 대한 감면 확대,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세제 지원, 중장년층의 주택 연금화 유도 등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4. 미래 부동산정책의 방향, “정치에서 시장으로, 규제에서 신뢰로”
앞으로의 정책은 다음 다섯 가지 원칙에 따라야 한다.
▲ 예측 가능한 정책 일관성 : 정권 교체마다 정책이 뒤집히면 시장은 무너진다. 10년 단위의 주거 로드맵이 필요하다.
▲ 민간과 공공의 협력 강화 : 공급은 정부 혼자 할 수 없다. 공공은 인허가와 인프라, 민간은 자금과 실행력을 맡아야 한다.
▲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 : 감정적 구호가 아닌 실시간 시장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정책이 되어야 한다.
▲ 주거 복지와 시장 안정의 균형 : 저소득층 주거 복지를 강화하되, 중산층의 시장 참여를 억누르지 않아야 한다.
▲ 신뢰 회복의 제도적 장치 : 부동산정책 발표 전 사전 검증 제도를 도입하고, 주요 정책은 국회 공청회를 의무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정책의 남발이었고, 이재명 정부의 위험은 그 실패의 복제다. 부동산은 정치의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삶이다. 이제는 시장과 정부가 “대립”이 아닌 “협력”의 관계로 돌아가야 한다.
주거는 인간의 기본권이며, 부동산정책은 그 권리를 지키는 사회계약이다.
26번의 실패와 10.15의 혼선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보여주기식 발표보다 한 번의 실질적 실행이 낫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다. 그 신뢰를 되찾지 못한다면, 다음 정부 또한 같은 비극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