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이번 11월 1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한령이 거론된 것을 근거로 중국이 한한령을 해제할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이하 공실본)와 중공(CCP) 아웃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5일(수) 오후 2시 명동 중국대사관 앞(중앙우체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한령 해제를 구걸하고 있는데, 그건 망상”이라며 직격하고 나섰다.
지난 1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한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이 “북경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시진핑이 왕이 외교부장을 불러 지시하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한다. 민주당은 한한령이 곧 해제될 것처럼 홍보하며 이번 회담의 성과를 부풀리느라 분주하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를 계기로 중국은 소위 한한령을 발동, 우리 문화콘텐츠 수입을 금지했다. 그런데 한한령의 법률적 근거나 심지어 관련된 문서 하나 공개된 바 없다. 중국은 한한령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 그러나 중국은 당-국가 체제, 즉 모든 것이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지령에 따라 작동하는 나라다. 한한령도 공산당 지도부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법률적 근거 따위는 처음부터 불필요했다.
중국공산당은 한한령에 그치지 않고 자국 가수를 포함해 모든 아이돌의 활동을 강력히 규제하고 그 팬클럽을 해체하거나 활동을 금지했다. 중국은 왜 대중가요 가수와 팬클럽마저 금지하는 것일까? 공실본 관계자는 “팬클럽이 가지는 잠재적 폭발성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중국공산당은 70년이 넘게 1당독재를 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악랄하고 부패한 전체주의 체제를 만들었다. 인민의 불만이 켜켜이 쌓여 있어서, 불씨가 던져지면 금방 체제를 위협하는 대규모 민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 1989년의 천안문 사태가 그 사례다. 중공아웃 관계자는 “중국공산당이 보기에 팬클럽은 시한폭탄이자 화약고”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나 언론, 문화예술계에서 심심하면 ’한한령 해제 가능성‘을 거론한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우리 문화, 특히 대중문화를 두려워한다. K팝은 2021년 칠레 보리치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이 모든 것을 날카롭게 주시해 왔다. 한한령 해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측과 만나면 여전히 한한령 해제를 구걸한다. 중국이 우리를 얼마나 가소롭게 보겠는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