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무엇인가. 이 물음은 너무도 흔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다. 나는 그 답을 찾아 헤매다가 어느새 ‘손인형극’이라는 세상 속에 깊이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흐른 지금, 조용히 고개를 들어 지난날을 돌아보면, 내게 인생이란 ‘그냥 얻어지는 나날’이 아니라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손인형극은 내게 단순한 예술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삶을 움직이게 한 힘이자, 나를 나답게 만든 존재였다. 처음 인형의 속으로 손을 넣었을 때 느꼈던 미묘한 떨림 —내 손끝이 인형의 손끝이 되고, 내 심장이 인형의 심장이 되는 순간, 그 안에서 ‘살아 있음’의 기적이 피어났다.
관객의 웃음과 박수 속에 숨 쉬는 인형을 보며, 나는 알았다. 이것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삶과 예술이 맞닿는 ‘손의 언어’라는 것을. 그러나 손인형극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종종 물었다. “이제 그런 걸 누가 봐요?” 그 말 한마디가 마음을 무너뜨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인형들이 내 손 안에서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더, 우리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 속삭임이 나를 다시 무대로 불러냈다. 나는 인형의 입술을 움직이며, 내 안의 희망을 다시 일으켰다. 나는 수십 년 동안 연극을 제작하고 소극장을 운영해왔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실패를 겪었다. 공연이 무산되고, 관객이 오지 않고, 무대가 무너질 때마다 마음도 함께 무너졌다.
연극은 늘 많은 사람들의 손을 필요로 했다. 배우와 스태프, 조명과 음향, 홍보와 예산—그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한 편의 공연이 완성된다. 그래서 늘 ‘함께’이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예술’이었다.
그런데 손인형극은 달랐다. 인형극은 나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 손 하나, 목소리 하나로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대와 조명이 없어도, 관객이 한 명이어도 괜찮았다. 나는 내 손으로 인형을 움직이며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즉석에서 관객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공연을 완성했다. 그 단순함 속에 놀라운 자유가 있었다.
손인형극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작은 가방에 인형과 세트를 싣고 어디든 갈 수 있다. 복지관에서도,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심지어 좁은 골목에서도 공연이 된다. 배우를 모을 필요도, 관객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오직 인형과 나, 그리고 눈앞의 관객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인지 손인형극은 아직까지 나를 놓지 않았다.
34년간 함께했던 소극장은 문을 닫았지만, 나는 그 무대의 불빛을 인형과 함께 집으로 옮겨왔다. 언제든 문밖을 나서면 공연이 되는 삶, 그것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 손인형극은 내게 예술이자, 신앙이자, 살아가는 방식이 되었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손인형극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생 자체를 사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인형은 내 손 안에 있지만, 그 움직임은 내 마음에서 시작된다. 사람의 마음과 손이 하나 되어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듯, 우리의 인생도 마음과 행동이 합쳐질 때 비로소 살아 숨 쉰다. 인생의 무대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나를 움직이는가가 아니라, 내가 내 손으로 나를 얼마나 진심으로 움직이느냐이다. 그럴 때 인생은 예술이 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인형극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무대 위에서 실수를 해도, 인형은 묵묵히 나를 바라보았다. 눈동자도, 입도 움직이지 않지만, 그 속에는 인간보다 더 따뜻한 위로가 있었다. 인형은 말없이 가르쳐주었다.
“삶이란 완벽해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모자라서 더 인간적인 거야.”
그 한마디를 마음속으로 되뇌며, 나는 다시 무대를 세웠다. 그 무대 위에서 인형과 나는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좌절하고 무너진다. 그러나 나는 안다. 무대 뒤 조용히 기다리는 인형 하나만 있어도, 다시 일어설 용기가 생긴다는 것을. 그것이 바로 내가 지금까지 손인형극을 이어온 이유이고, 동시에 인생이 내게 가르쳐준 진리다.
이제 나는 인생을 ‘도전’이라는 말로 정의하고 싶다. 도전은 결과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배우들과 공연을 하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고, 소극장은 운영난에 시달렸다.
모두 나의 부족함으로 공연도, 소극장도 실패했지만, 가장 단졸하다고 여겨진 손인형극만큼은 오히려 나를 지탱해주었다. 내가 지치고 쓰러질 때, 나를 지켜준 것이 가족이었다면, 예술 속에서 내게 가족이 되어준 존재는 손인형극이었다.
우리는 모두 작은 인형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기대 속에 웃고, 세상의 시선 속에 춤춘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장면의 막을 내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 막이 아름답게 내려올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인형을 손에 낀다.
인형의 손끝이 떨릴 때마다 내 심장도 함께 뛴다. 그것이 나의 삶이며, 나의 예술이다.그래서 나는 다시 묻는다. 인생은 무엇인가. 그 답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지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인생은, 나를 무대로 이끄는 한 편의 손인형극이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 나는, 오늘도 도전이라는 대본을 따라 살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