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AI(인공지능)·반도체 재벌기업의 대규모 투자 촉진을 목적으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제한 완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AI·반도체 재벌 지배구조 특혜 시도라고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17일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소유할 경우 지분을 100% 소유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원칙을 풀겠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는 이른바 첨단산업 육성을 핑계로 일부 재벌대기업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특히 증손회사는 지주회사나 손자회사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작아 지분을 100% 소유하지 않도록 예외를 인정할 명분이 적다"며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이 향후 비첨단산업에 대한 차별을 근거로 대상 확대를 주장한다면 재벌대기업의 문어발 증손회사 난립과 편법 승계 시도를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오죽하면 'SK 하이닉스 맞춤 특혜'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라면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는 AI·반도체 재벌기업에 지배구조 특혜를 제공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현재도 SK나 삼성 등 재벌대기업들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을 통해 투자를 확대할 수 있으나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게다가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반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을 보유하도록 금산분리 원칙에 구멍을 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12.3 내란의 혼란을 전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반도체 기업 등에 감세 특혜를 제공하는 'K칩스법'을 처리하는 등 지속적인 특혜 정책을 펼쳐 왔다"면서 "이미 여러 차례 예외를 인정, 금산분리 원칙이 약해진 상황에서 향후 비첨단산업의 기업들이 차별을 이유로 추가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면 대체 무슨 명분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참여연대는 "한번 무너진 원칙은 더 이상 원칙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누구보다 원칙을 강조해 왔다"며 "2019년 계곡 불법시설 철거 간담회 당시 했던 '예외를 하나 두면 계속 늘어나게 된다', '법을 안 지키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발언은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지금 이재명 정부는 어떠한가. 앞으로도 AI와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그때마다 재벌대기업들은 이미 뚫린 원칙의 구멍을 더욱 넓혀 나갈 것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금산분리와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100% 지분 보유 의무화라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정부가 과연 막을 수 있겠는가"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지금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털 규제 추가 완화와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 의무 보유 원칙 훼손은 혁신성장만을 앞세운 채 경제민주화와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이라는 가치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미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 구멍낸 금산분리 원칙과 반도체 세제 특례 조치로 경제정책의 대원칙들이 무너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도 하지 않으며 규제 완화만 외치는 재벌대기업들에게 끌려다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AI·반도체 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는 시대"라면서 "이들에게 제공된 특혜는 멀지 않아 정반대의 형태로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는 더 큰 특혜 요구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쉬운 길처럼 보이는 규제 완화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는 지름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급할 때일수록 쉬운 길이 아닌 제대로 된 길을 찾아야 하며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