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국에 드리운 구름의 색깔이 점점 더 어두워진다. 독일에서 제1차 세계대전 후 들어선 바이마르(Weimar) 공화정의 붕괴 과정이 이 땅에서 흡사하게 재현되는 듯한 분위기이다.
바이마르 공화정을 대신하여 히틀러가 집권하는 과정이 온통 피로 물든 독재에 의해서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흔히 오해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히틀러는 제3제국(Drittes Reich)을 세우기까지 바이마르 공화정 헌법상의 절차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것은 세계사적으로 ‘합법적 독재화’의 전형으로 운위된다. 제2차세계대전으로 제3제국이 패망하고 새로 세워진 민주정부의 초대 법무장관 구스타프 라드브루흐(Gustav Radbruch)는 자연법 질서에 맞는 ‘실질적 법률’이 아닌 ‘형식적 법률’은 배척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법체계를 제창하였고, 이는 전 세계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조금 주관적 견해를 섞자면, 지금 한국을 ‘형식적 법률’의 남발이라는 수단으로 ‘나찌 독재’와 유사한 독재형태로 이끌고 있는 매스터마인드(mastermind)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니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라고 본다. 그의 불길한 인상 뒤에 숨은 차도살인(借刀殺人)의 저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최민희, 전현희, 서영교, 추미애 등은 ‘얼간이 춤’을 추어대며 흥겨운 한판의 난장을 연출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허망한 일이나,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야권의 압승이라는 개표결과를 바라보며 진행된 방송에서, 이러면 거국내각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불쑥 했다. 얼마 후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오랜 복심인 인사로부터, 연립내각에 참여할 뜻이 있으니 이를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쪽에서는 경제부처 장관 하나와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를 확보하면 만족하겠다고 하였다. 당시의 용산 대통령실에 이를 전했다. 한참 설왕설래가 오간 끝에 차츰 긍정적인 결론이 났다. 합의가 잘 되면 두 자리 외에 다른 각료직도 양보할 의사가 있다고까지 하였다. 최종적으로 이 대표의 복심 인사에게 이를 전하며, 우리가 나라를 위하여 조그마한 역할을 하였다고 자찬하였다. 그리고는 아무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런 화해기류와는 별도로 최근의 소위 ‘내란법정’에서 드러나는 사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 무렵부터 이미 비상계엄이라는 극한적 처방을 써서라도 본인이 생각하는 나라의 올바른 방향을 잡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학자적 책상물림의 한가한 몽상에 내가 머물러 있는지 모른다.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정보의 양이 기껏해야 얼마 되겠는가! 그럼에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가적 위기를 생각하면, 그 어설픈 비상계엄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윤 전 대통령 주위에 어찌 한 사람의, 목을 쳐도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속절없이 독재화의 늪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나라를 쳐다보며 눈물을 흘릴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