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4일 한미 정상회담 'Joint Fact Sheet(공동 설명자료)'를 공개하면서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교차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에 제약이 우려된다"며 정부에 한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 재점검을 주문하고 있다.
경실련은 17일 "공동 설명자료는 안보·억제·역내 협력 등 한국의 전략 환경에 중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특히 안보 분야는 향후 한반도 긴장관리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서 추진되고 있는 역내 전략 구상과도 직접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번 합의에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명분으로 미국의 역내 위협 대응 태세 강화, 미국산 무기 구매와 주한미군 지원 확대,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방식, 핵추진 잠수함 추진 등이 포함됐다"며 "이러한 조치는 모두 한반도의 긴장을 오히려 높일 수 있고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강조해 온 평화·대화 기조와의 정합성을 고려, 이번 (한미 정상회담) 합의의 여러 측면을 다시 점검할 것을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공동 설명자료의 문제점을 상세히 진단하면서 정부의 대응을 주문했다.
먼저 공동 설명자료에는 '한미 동맹 현대화'가 중요 메시지로 제시됐다. 이에 경실련은 동북아 정세에서 한미동맹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조정 방식과 내용이 실제 한국의 안보·재정 지속성·전략적 자율성에 부합되는지 충분히 공개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자료에는 미국이 핵을 포함,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내용과 한미 양국이 '북한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 위협(all regional threats)'에 대응하기 위해 억제 태세를 강화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며 " 이는 한미동맹의 범위가 이제 한반도 방어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 안보 사안으로 확대될 여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다시 말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고조될 경우 한국이 자동적·구조적으로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라면서 "그동안 한국이 유지해 온 '한반도 우선'과 '불필요한 역내 분쟁 관여 지양'이라는 외교 기조의 장점을 흔드는 변화로 정부의 신중한 설명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동 설명자료에는 국방비 GDP 대비 3.5%로 증액, 2030년까지 미국산 무기 250억 달러 구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에 330억 달러 규모의 직·간접 지원 제공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경실련은 "대통령실은 '새로운 부담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내용이 국제 문서에 수치로 명시된 것은 향후 방위비 협상이나 동맹 비용 산정 기준선처럼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국방비와 동맹 비용은 국가 재정 여건과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번 외교 문안이 사실상의 의무나 부담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다가올 차기 SMA(방위비분담) 협상과 기타 후속 협의에서 우리 측 협상력을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공동 설명자료에는 전작권 전환, 핵추진 잠수함(이하 핵잠) 추진과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협력이 명시됐다.
경실련은 "이번 합의에서 전작권 전환은 우리 정부의 군사 역량 강화와 첨단무기 확보를 전제로 연동된다"며 "전작권 전환은 자주적 지휘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과제임에도 무기 도입과 연합훈련 확대 같은 외부 조건이 강조될 경우 전환 과정이 군비 확장 중심으로 구조화, 오히려 자율성이 제약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향후 전작권 전환이 무기 구매나 연합훈련 확대를 사실상의 조건으로 삼지 않도록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핵잠 추진과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협력은 단순한 기술 협력 차원을 넘어 한국 안보정책 방향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중대 결정"이라면서 "핵잠은 성격상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 정책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으며 군비 경쟁을 자극, 역내 긴장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실련은 "특히 대만해협 상황이 불안정한 가운데 핵잠 추진이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자극, 한중 간 갈등 요인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며 "아울러 재정적 부담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핵잠 개발은 막대한 예산과 장기 운용 비용을 필요로 하며 민간 우라늄 농축·재처리 협력도 관련 기술·시설·규제 체계 전반에서 추가 인프라와 관리 비용을 요구한다"면서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핵잠 추진과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협력이 왜 필요한지, 어떤 기준과 절차로 추진될 것인지, 주변국과의 긴장 관리와 국내 재정 부담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과 검토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한미 안보협상은 한미동맹 현대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미국의 역내 억지력 강화, 핵잠 추진과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협력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조치들은 그동안 한국이 유지해 온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의 정합성 그리고 전략적 자율성 측면에서 여러 우려를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작권 전환 역시 군사역량 강화·무기 확보와 긴밀히 연동된 구조가 반복되면서 자주성 회복이라는 본래 목표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정부가 안보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고, 자주국방과 평화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을 분명히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