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재벌총수를 직접 만나는 일은 아주 민감한 문제다. 지칫 정경유착의혹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대통령들은 재벌총수와의 만남을 금기시했다. 꼭 소통할 일이 있으면 간접적인 방식을 썼다.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이 외국을 갈 때 재벌총수들을 데리고 갔다. 경제외교라는 명분, 우리 기업의 영역확대라는 실익에 부합한다고 하여 별다른 여론의 저항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이재명은 아주 자유분방하게 재벌총수들을 만난다. 그 스스로 역대 어느 정권보다 재벌총수와 합(合)이 잘 맞는다고 말한다. 트럼프와의 협상을 앞두고 재벌총수들을 불러 미국에 대규모투자를 요청했다.
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용산에서 재벌총수들과 공식적인 회의를 진행했다. 내로라하는 재벌총수들이 모였다. 어떻게 참석기준을 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
보도를 보면, 그 자리에서 이재명은 재벌총수들에게 대규모 국내투자와 고용을 요청한 모양이다. 아침 신문에는 삼성과 현대의 수백조 원 투자계획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재명의 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최고책임자로서 공익(公益)을 대변한다. 재벌총수는 재벌그룹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서 사익(私益)을 추구한다. 그 둘은 본질적으로 다른 목적을 추구하며, 그 목적은 서로 충돌할 경우가 많다.
이재명이 재벌총수에게 요청하는 말은 요청이 아니라 명령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대통령은 재벌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재벌이 감당할 수 없는 이재명의 명령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그 재벌은 망하고 시장경제는 왜곡될 것이다. 그러나 자살을 선택할 재벌은 없다. 살기 위해 부패가 일어나는 것은 필연이다.
이재명은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부터 직무와 관련하여 부패시비가 끊이지 않는 사람이다. 이제 국가의 최고권력을 틀어쥐고 최고재벌들과 스스럼없이 회의를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함을 넘어 두려움이 밀려온다.
천하가 다 아는 부패에도 저들은 부끄러움이나 두려움이 없다.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판사와 검사들을 욱박지르고 아예 법을 없애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려 덤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더 이상 부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키는 수 밖에 없다. 악은 창궐할 때 요란하지만, 소멸할 땐 허망한 법이다. 정의의 승리를 믿고 나아가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