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모들은 자식이 좋은 대학을 가기 원할까. 결국 귀결점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거나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기 원해서로 모아진다. 대학은 그저 이를 위해 거쳐가는 곳이지만 학벌이 형성되고, 그 학벌로 사회적 차별도 만들어져 사회 모순을 가속화시킨다.
특히 모든 문제는 이러한 과정 중에 사교육이 과도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출신학교와 스펙으로 대표되는 취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교육의봄 송인수 공동대표다. <한국NGO신문>은 송 대표를 만나 채용문화 개선과 차별 없애기, 좋은교육기관 찾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교육의봄, 입시 경쟁·사교육 부담 완화·취업 시장에서 학벌 중심 문화 해소 운동 전개
지난 1월 11일 서울 용산구 소재 교육의봄 4층 SPACE에서 ‘채용의 변화와 함께하는 좋은교육기관찾기’ 캠페인 출범식이 열렸다. 출신학교와 학력 차별 없이 직무 관련 역량·능력 등을 중심으로 인재를 발굴·채용하기 위한 교육을 하는 곳을 발굴하고 소개하자는 캠페인이다.
캠페인은 2020년 설립된 ‘교육의봄’ 이 주도하고 있다. 교육의봄은 입시 경쟁과 사교육 부담 완화, 취업 시장에서의 학벌 중심 문화 해소를 표방하며 창립된 교육단체다.
송 대표는 입시 경쟁이나 사교육 문제로 부모와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일들을 개선해 보고자 2008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단체를 창립했다. 1989년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한 송 대표는 좋은교사운동 대표도 역임한 바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운동을 시작한 이후 12년 정도 활동했음에도 사교육비가 줄지 않고 되려 입시 경쟁이 가속화되는 것을 봤습니다. 이유를 알아봤더니 ‘채용 과정에서 학벌 중심의 관행이 있어서 그렇다‘라는 거였죠. 아이들이 독립할 때 일자리를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돈과 안정성이 확보되는 일자리에서 요구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출신 학교 스펙이고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 스카이(SKY) 대학을 가거나 인서울 대학에 가야 되고, 그러려면 특목고를 가야 하고 중학교 내신 관리를 잘해야 되니 사교육비 투자를 안 할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송 대표는 그때 입시 경쟁 문제가 결국 취업 경쟁과 맞물려 있고 취업 경쟁 기준은 출신 학교 스펙이라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면 출신 학교의 채용 문화, 출신 학교 중심의 채용 관행을 바꾸는 일을 하는 것이 입시 경쟁을 완화시키는 길이라 생각하고 2020년 ‘교육의봄’을 창립했다.
“교육의봄이라는 단체를 시작하고 현실을 알아 보려 10개 산업별로 채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봤더니 국민들의 일반적 상식이나 편견과 달리 학벌 중심의 채용 관행이 눈에 띄게 많이 줄어들고 있더군요. 그래서 이 내용을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부모들이 굉장히 충격을 받더라고요. 그래서 그 직업 세계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기관도 잘 소개해야겠다 생각하고 1~ 2년 동안 준비해 지난 11일에 발표했습니다.”
교육의봄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채용 기준이 출신학교나 스펙보다 개인의 역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변화는 공기업과 IT기업, 스타트업, 외국계기업, 언론, 금융권 등 거의 전 산업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2022년부터 총 550여개 기업을 발굴했고 이 중에 50여개 기업에 직접 방문해 인사담당자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학벌 아닌 역량 위주 선발이 이제는 소수가 절대 아니라 주류로 완전히 바뀌어"
‘교육의봄’은 수십여 차례가 넘는 해당 기업들과의 토론과 채용 책임자와의 면담, 채용 대행 컨설팅 회사와의 크로스 체크 등 촘촘한 조사를 2년 넘게 해 방대한 자료를 축적했다. 송 대표는 그 결과 그런 기업들(학벌이 아닌 역량 위주의 선발)이 이제는 소수가 절대 아니라 주류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단언한다.
“여기서 말하는 역량이라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하나는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뚝심 있게 살아가려고 하는 독립심입니다. 두 번째는 문제가 생기면 창의적으로 풀어서 문제를 풀어내는 힘입니다. 세 번째는 남하고 소통하는 힘, 왜냐하면 나 혼자의 머리로 못 풀면 남의 머리를 빌려서 같이 풀어야 되니까요.”
그러나 송 대표는 우리 한국 교육은 그런 세 가지 능력을 잘 안 키워준다고 안타까워했다. 독립심은 학원에 의존하게 만들고, 정답 찾기라든지 암기력 같은 것만 길러주며, 내신과 수능이 다 상대평가라서 협업도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그런 것들을 잘하는 기관들을 찾으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이러한 내용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단행본으로도 판매해 보고, 소책자를 만들어 보급화하기도 하고, 직접 강연을 나가기도 했다. 지난 4년 동안 300여 차례에 걸쳐 4만명 정도의 시민들과 교육부, 교육청 공무원부터 시작해서 교장 선생님들을 만났다.
사람들이 송 대표의 강연을 듣고는 대단히 놀라 하지만 당장 코앞에 입시가 있으니 급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한국NGO신문에서 이런 내용을 앞으로 많이 전해달라고 송 대표는 당부했다.
40세 창창한 교사 시절 '좋은교사운동' 위해 학교 떠나
“제가 현직 교사였을때도 입시 경쟁이 있고 사교육 부담이 있었지만 그 문제를 가지고 내가 싸워야겠다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너무나 거대한 싸움이기 때문이었죠. 대신 내가 조금만 마음을 바꾸면 우리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교사 3천명 정도가 촌지 받지않기 캠페인, 가정 방문가기 캠페인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송 대표는 그러다 보니 좋은교사운동이 너무 커져서 2003년에 교사 생활과 병행하기 어려워 퇴직했다. 40세의 창창한 교육공무원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송 대표는 그 와중에서도 후배들을 생각했다. 퇴직하고 5년 동안 일하다가 자리를 내놨다. 선배라는 사람이 단체를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지키고 있으면 후배들이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배려였다.
5년 임기를 마친 송 대표는 더 본질적인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운동, 예전 교사 시절부터도 늘 있었던 주제인데 감히 덤벼들지 못했던 입시 경쟁과 사교육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KBS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사회의 가장 큰 차별이 학벌 차별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0%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 차별은 어쩔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가 놀 때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갔으니 걔네들한테 가점과 인센티브를 더 주는 게 당연하다는 거다. 차별은 짜증나지만 할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인데 출신 학교 배경이라는 것은 배경이지 능력은 아닌 거죠.”
“우리나라 고용정책 7조 1항을 보면 기업주는 채용할 때 지원자를 출신학교로 차별하면 안 된다고 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조항이 있는지 국민들이 모르고 있더라고요. 4년제 대학 출신들이 100이라고 하면 스카이 츨신은 140점을 주고 인 서울권에는 120점을 주고 지방대 출신들에게 80점을 주고 전문대는 75점을 주고 이런 식으로 출신학교 등급제가 지금 운영되고 있는데 이건 위법인 겁니다.”
송 대표는 법을 위반했을 때 처벌 조항이 없어 내년 5월까지 ‘출신학교 채용차별방지법’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발의를 통해 상임위에 올라간 상태인데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모험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
현재 ‘교육의봄’은 좋은교육기관찾기 출범을 계기로 전국 각지의 역량교육기관들을 발굴하고 직접 탐방·취재를 통해 부모와 청소년, 그리고 교사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널리 소개함으로써 우리 교육 현장의 변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 사례들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문을 연 좋은 채용 기업 찾기 사이트에 550개 기업을 탑재한 상태. 유튜브로도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초기에는 기업들이 굉장히 경계를 했어요. 마치 저희가 장사하려고 달려드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내년 후년까지 1천개 기업을 발굴하려 합니다.”
송 대표는 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제가 채용에 변화가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좋은 채용 기업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1년 동안 인터뷰를 갔어요. 좋은 채용을 하는 기업들이니까 괜찮은 기업들이고 거기에 사장님들 또는 채용 책임자들하고 인터뷰를 해보니 다들 남다른 면이 특이했어요. 한 분은 공대 출신인데 경영 쪽으로 관심이 많아 졸업 후 3년 동안 한 프랜차이즈 편의점 점주를 하다가 나중에 인사 책임자로 온 거였죠.”
“비결을 물어봤더니 나도 초중고 학교에서 입시교육 다 받고 그랬지만 좀 다른 점은 우리 엄마, 아빠인 것 같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한 번도 말린 적이 없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말리지 않았던, 그래서 생긴 자율의 공간이 나를 지금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송 대표는 입시 경쟁의 부담이 크긴 크지만 아이들에게 무언가 자기들이 원하는 것이 있고 저질러 보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그 모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고 강조했다. 그 경험을 갖게 되면 단기적으로 대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음 문제이고 반드시 그 경험이 직업 세계에서 환영받는 능력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대담을 마치며 좋은교육기관찾기 캠페인 첫번째 기관은 11월 중에 공개될 예정인데 첫 주인공은 경기도 안성의 공립형 중·고 통합형 대안학교 ‘신나는학교’라고 소개했다. ‘신나는학교’는 학생 자율형 수업과 공동체 기반의 기숙사 생활을 하는 교육기관이다. ‘신나는학교’를 시작으로 송 대표가 발굴하고 소개할 좋은교육기관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길 응원하고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