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대모산성서 1500년 전 '기록' 나왔다…"가장 오래된 목간"

물 모아두는 시설서 3점 출토…'439년' 백제 문자 자료 가능성

  • 기사입력 2025.11.20 07:50
  • 기자명 윤석구 기자
▲ '기묘년' 글자가 적힌 목간 출토 당시 모습. 양주시·기호문화유산연구원
▲ '기묘년' 글자가 적힌 목간 출토 당시 모습. 양주시·기호문화유산연구원

경기 양주시 대모산성에서 약 1천500년 전인 삼국시대 때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木簡·글씨를 쓴 나뭇조각)이 발견됐다.

경기 양주시와 재단법인 기호문화유산연구원은 올해 5월부터 양주 대모산성에서 진행한 제15차 발굴 조사에서 목간 3점을 새롭게 찾아냈다고 20일 밝혔다.

목간은 고대 동아시아 사회에서 종이가 발명되기 전, 혹은 널리 보급되기 전에 쓰인 기록 자료다. 

이번에 발견된 목간은 성안에서 쓸 물을 모아두던 집수 시설에서 나왔다.

조사단은 목간이 백제시대 유물이 쌓인 층, 즉 백제 문화층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대 정보가 기록된 목간이다.

한국목간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나무판에 남은 글자를 판독한 결과, '기묘년'(己卯[年])이라는 글자가 확인됐다. 기묘년은 60갑자 중 16번째 해에 해당한다.

함께 출토된 유물을 고려하면 439년 혹은 499년 등을 지칭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에 발견된 '기묘년'이 439년으로 특정된다면 몽촌토성 출토 목간보다 100년 정도 앞서게 된다.

문자 판독과 자문에 참여한 이재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는 439년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내에서 연도가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목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대모산성 출토 목간 4점의 모습. 양주시·기호문화유산연구원
▲ 대모산성 출토 목간 4점의 모습. 양주시·기호문화유산연구원

나머지 목간 2점 역시 연구 가치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뒷면을 합쳐 20자 이상 적혀 있는 목간의 경우, 주검이나 시체를 뜻하는 '시'(尸) 자 아래에 여러 글자가 있으며 '천'(天), '금'(金) 자도 보인다.

목간이 발견된 주변에서는 점 뼈, 즉 점을 치는 데 쓰던 복골(卜骨)도 여럿 나왔다.

양주시는 전문가 자문 결과를 토대로 "중국이나 일본의 부적과 유사한 양상"이라며 "주술 성격을 지닌 목간으로 산성 안에서 제의적 행위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일종의 '부적' 목간과 복골이 함께 발견된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특히 '금물노'(今勿奴) 글자가 확인된 목간에 주목하고 있다.

역사서 '삼국사기'(三國史記) 지리지에는 '흑양군은 본래 고구려 금물노군이었는데, 경덕왕(재위 742∼765)이 이름을 고쳤다'는 기록이 전한다.

금물노 또는 흑양군은 현재 충북 진천 일대로 여겨진다.

목간학회 관계자는 "고구려계로 알려진 지명이 백제 토기와 함께 발견된 목간에 등장한 것"이라며 "그간의 학계 통설을 뒤집을 수도 있는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주시와 연구원은 28일 오후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그간의 조사 성과와 목간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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