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심 판결에서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연루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솜방망이 판결이라며 법원 판결을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회 윤리특위 상설화와 윤리조사국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관계자 26명의 선고 공판을 개최하고 26명 전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2019년 4월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법안 지정 여부로 격렬히 대립했다. 특히 나 의원 등은 당시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고 의안과 사무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바 있다. 이에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20년 1월 기소됐다.
검찰은 나 의원에게 징역 2년, 황 전 총리에게 징역 1년 6개월, 송 의원에게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 등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 선고 공판에서 나 의원 벌금 2400만원, 황 전 총리 벌금 1900만원, 송 의원 벌금 1150만원 등 26명 전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경실련은 법원 판결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실련은 21일 "선고까지 6년 7개월이 걸린 데다 판결은 국회선진화법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당시 황교안 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공수처 설치법 지정을 막기 위해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했다"면서 "또한 의안과 사무실과 정개특위, 사개특위 회의장을 물리력으로 점거해 법안 접수와 회의 개최를 방해했다. 국회에서 빠루가 등장하고 감금이 이뤄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8대 국회 말기 여야의 극한 대치 비판 속에서 2012년 5월 여야 합의로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됐다. 이어 2013년 8월 법이 개정, 국회 회의 방해 금지의무와 국회 회의 방해죄가 신설됐다. 국회 회의 방해죄에 따라 회의장과 회의장 인근에서 폭행·감금 등으로 회의를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경실련은 "검찰은 국회선진화법의 무게를 감안해 나경원 의원에게 징역 2년,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며 "그러나 재판부는 선고까지 6년 7개월이나 시간을 지체했음에도 검찰의 구형에 한참 못 미치는 벌금형만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재판부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물리력 동원 입법 활동 방해와 의안과 직원의 공무수행 방해 행위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면서 "하지만 쟁점 법안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였다는 점, 유형력이 비교적 중하지 않다는 점,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로 정치적 평가를 이미 받았다는 점 등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그러나 해당 사안은 추후 헌법재판소에서 판단될 사안이었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재판이 6년 넘게 지연된 책임이 재판부에 있음에도 그 시간 동안 '정치적 평가'가 이뤄졌다는 것을 감경 사유로 든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나 의원 등과 국민의힘의 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경실련은 "나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은 사법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 영역의 일이다. 공수처법 등은 반헌법적 법안이었다'고 주장했다"면서 "당시 쟁점이었던 공수처법과 패스트트랙 절차가 '반헌법적'이라는 주장은 법적 근거 없는 정치적 주장에 불과했으며 판단 역시 헌법재판소가 맡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송 의원은 '패스트트랙 절차 자체가 국회법과 헌법을 위반했다고 인식했다'고 말했지만 패스트트랙 제도 자체가 여야 합의로 만든 제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주장은 더욱 부당하다"며 "국민의힘은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고통스러운 항거의 명분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입장을 냈는데 아전인수격의 해석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실련은 국회 윤리특위 상설화와 윤리조사국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앞으로의 국회가 정말 걱정이다. 성숙하지 못한 정치문화에 더해 정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국회의장이라도 나서서 국회 윤리제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윤리특위를 조속히 상설화하고 윤리조사국을 신설, 국회의원들의 비윤리적 행태에 대해 조사하고 징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장석 또는 위원장석 점거를 금지하고 점거 의원이 조치에 불응할 경우 징계안을 바로 본회의에 부의, 지체 없이 의결하도록 한 것처럼 특정 징계사유에 대해서는 본회의에 부의해 지체 없이 의결하도록 징계 절차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