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유로, 학교보다 병원 갈 일이 더 많고,
숙제보다 약 챙기는 게 더 먼저인 아이들.
"할머니가 저를 키웠으니까, 당연히 제가 돌봐야 해요."
이른 새벽, 늦잠 투정도 없이 일어난 수아(가명)는 할머니의 굳은 손을 잡습니다.
따끔한 바늘이 할머니의 손가락에 닿을 때 9살 수아의 가슴은 늘 조마조마합니다.
"어제는 숫자가 너무 높아서 무서웠어요."
중증 당뇨 합병증인 할머니를 대신해 수아는 밥을 짓고 약을 챙긴 후에야 혼자 학교에 갈 준비를 합니다.
친구들은 학원에서 웃고 떠들 시간.
수아는 할머니 곁에서 숙제를 폅니다.
얼마 전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갔던 할머니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가끔씩 할머니 숨소리가 나는지 들어봐요."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
학원에 가고 친구들과 노는 평범한 일조차 수아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보호받아야 할 나이에, 오히려 보호자가 되려 애쓰는 아이.
홀로 감당하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습니다.
가족의 울타리 속, 홀로 갇혀버린 수아.
"수아는 언제쯤 9살의 하루를 살 수 있을까요."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늘 속 아이들.
친구와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숫자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곁에 분명히 존재하는 아이들.
공부와 꿈 대신 간병과 집안일로 하루를 채우는 작은 요양보호사들입니다.
지난 한 해, 초록우산은 2,241명의 아동이 다시 꿈을 꿀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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