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핵심 구조개혁 과제가 실종됐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시민단체는 이 후보에게 대선 공약 전반의 재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의 개혁 기조 회복과 개혁 공약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3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 후보의 대선공약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임효창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은 "21대 대선은 비상계엄 사태로 붕괴된 헌정질서를 복원하고, 권력 남용과 독주를 막을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할 역사적 기회"라면서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데 그치는 선거가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 재벌 중심 경제구조,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개혁할 전환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그러나 현재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국민의힘의 단일화 갈등 속에서 제대로 된 정책 논의가 실종되고 있다"며 "지난 정부에서 반복됐던 인기영합적 공약을 답습하거나 지원·산업 육성에만 집중되고, 정작 민주주의의 뼈대와 구조를 바꿀 핵심 개혁 과제들은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 자칫하면 탄핵 국면을 거친 뒤 치러지는 조기 대선도 개혁 실종 선거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경실련은 21대 대선 후보 공약을 중간 점검,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평가한 결과 핵심 사회경제 구조개혁 과제가 대부분 공약에서 배제됐으며 과거보다 한층 더 시장친화적 방향으로 정책 노선이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경실련 분석 결과 먼저 정치개혁 측면에서 이 후보의 공약은 대통령 권력 분산, 국회 동의제, 감사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독립성 강화 등 권력구조 개편 공약이 전무했다. 선거제도 개혁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대표성·비례성 강화), 위성정당 금지 등의 핵심 개혁 방향이 완전히 누락됐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이 후보는 과거 민주당 당 대표로서 비례연합정당 구성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기에 민주주의 후퇴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경제 분야 공약은 금산분리 강화, 출자구조 개혁, 기술탈취 방지, 금융감독 체계 개편 등 재벌 중심 경제구조의 근본 개혁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경실련의 판단이다. 반면 반도체 특별법, R&D(연구&개발) 세액공제, MSCI(세계주가지수) 편입 등 대기업 중심 산업육성 공약은 확대됐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세제 영역에서도 상속·증여세 개혁, 법인세 정상화, 데이터세 신설 등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한 정책은 빠진 채 실질적인 부자 감세 기조를 수용하는 듯한 입장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부동산 공약에서는 공공택지 민간 매각 중단, 후분양제, LH 개혁, 토지공개념 강화 등이 모두 제외됐다. 하지만 1기 신도시 재건축, 4기 신도시 개발 준비,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확장,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개발과 민간시장 확대 중심의 공약이 주요 내용이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이 후보의 정책 방향이 '우클릭'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도 종합부동산세·재산세 정상화 등에 대한 의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기존 공시가 현실화율 정상화나 다주택자 과세 강화 공약도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 부문 공약의 경우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비급여 통제,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퇴직연금 기금화, 공공의대 확충, 의료사고 공적 배상체계 등 구조개혁 과제가 제외됐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일부 대상별 복지 공약(청년·노인 월세지원, 주치의제 등)은 제시됐지만 통합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정개혁 청사진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RE100,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 산업단지 조성 등의 산업 육성 공약이 제시됐다. 그러나 그린벨트 절대 보존, 기후세 도입, 수도권 개발 억제 등이 제외됨에 따라 근본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 미흡하다는 게 경실련의 평가다.
이에 경실련은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에게 공약 전환을 촉구했다. 즉 경실련은 ▲'대통령 권력 분산과 국회 견제력 강화' 구조개혁 공약 제시 ▲선거제도 개혁·위성정당 방지 공약 명확화 ▲법인세 상속세 등 세재개편 공약 명확화 ▲산업공동화 방지 공약 제시 ▲'부동산 공공성 회복' 기본주택과 장기공공주택 확대 등 공약 복원 ▲환경·복지·세제·연금 등 지속가능 사회 구조개혁 청사진 제시 등을 이 후보에게 주문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번 대선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며 "이 후보가 진정한 개혁 후보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과거의 개혁적 기조를 되찾고,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개혁 공약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