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병원 380곳 ‘불법 리베이트’ 파장…시민사회 “철저 수사·엄벌 촉구”

내부 영업보고서 확인 ‘JTBC 보도’ 일파만파
학회 지원 대가 수억원 상당 처방 약속 기록 나와
시민단체·약계 “이재명 정부, 제약업계 전면 조사를”

  • 기사입력 2025.06.25 11:59
  • 최종수정 2025.06.26 10:33
  • 기자명 정구학 대기자
▲국내 굴지의 제약사 대웅제약이 전국 380여 곳의 병원을 대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신약 처방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가 지난 3월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웅제약 제공
▲국내 굴지의 제약사 대웅제약이 전국 380여 곳의 병원을 대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신약 처방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가 지난 3월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웅제약 제공

국내 굴지의 제약사 대웅제약이 전국 380여 곳의 병원을 대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신약 처방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나자 시민단체들이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25일 시민단체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JTBC가 단독 입수한 대웅제약 내부 영업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사실로, 수억원에 달하는 학회 지원을 대가로 자사 신약 '펙수클루'의 처방을 약속받는 기록이 포함돼 있다.

문제의 기록은 대웅제약 영업직원들이 작성한 내부 영업 활동 시스템에서 나온 것이다. 의사 실명, 방문 날짜, 대화 내용까지 촘촘히 기록된 이 자료에서, 강남 지역 대학병원 A 의사는 학회 지원 금액을 직접 요구했고, 이에 영업직원은 “펙수클루 확실하게 약속해달라”고 답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는 단순한 지원이나 협찬을 넘어, 사실상 금품 제공을 통한 신약 처방 강요에 해당한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22년 11월, 대웅제약은 특정 의사가 참석한 국제학술대회에 2억원 규모의 ‘다이아몬드 등급’ 후원을 진행했다. 이후 해당 영업직원은 신약 도입 결정에 대한 감사를 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명백한 대가성 지원, 곧 불법 리베이트다.

영업 활동 보고에는 심지어 수도권 일부 개인병원의 인테리어와 의료 장비 교체까지 개입한 정황까지 기재돼 있다. 법이 정한 의약품 판촉의 ‘합리적 범위’를 훨씬 넘는 행위다.

그러나 대웅제약 측은 “학회 지원은 합법적인 마케팅 활동이며, 대가성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해명은 JTBC 보도로 공개된 내부 보고서의 구체적 기록과 배치된다.

▲JTBC는 단독 입수한 대웅제약 내부 영업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수억원에 달하는 학회 지원을 대가로 자사 신약 ‘펙수클루’의 처방을 약속받는 기록이 포함돼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JTBC 화면 갈무리
▲JTBC는 단독 입수한 대웅제약 내부 영업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수억원에 달하는 학회 지원을 대가로 자사 신약 ‘펙수클루’의 처방을 약속받는 기록이 포함돼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JTBC 화면 갈무리

시민사회  "의료정의 파괴 중대 범죄 행위"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수사당국의 조사와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국민 생명을 지키는 신약이 돈으로 사고팔리는 현실은, 의료 정의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와 검찰은 지체 없이 전면 수사에 착수하고, 대웅제약과 연루된 의료인 모두에게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기획국장(현직 약사)은 “제약사들이 공공연하게 학술대회나 학회 행사에 자금을 지원해온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문자와 카톡 내용이 대가성을 명확히 입증한 사례”라며 “이런 불법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대웅제약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건 대웅제약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제약회사들도 비슷한 방식의 리베이트를 상습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복지부나 수사당국이 사실상 방조해왔다”며 “이번 기회에 이재명 정부가 나서서 모든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 역시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가성이 확인되면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제약사와 의사 모두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약 도입 과정에서, 지금껏 루머로 여겨졌던 검은 거래가 현실로 확인된 건 충격적이며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해당 사건에 연루된 의사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단언하며, 제약사뿐 아니라 의료인에 대한 책임 규명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전경
▲대웅제약 전경

복지부 “신약 도입 약속받는 조건이면 법적 허용 범위 넘어서"

이번 사건은 단지 한 기업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의약품의 공공성과 의료윤리가 철저히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필요 없는 약을 처방받고, 고가의 신약을 써야 하는 건 국민이며, 의료 불신 역시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약사법은 일정 범위 내 경제적 이익 제공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 사건은 명백히 ‘대가성 거래’의 증거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신약 도입을 약속받는 조건이라면 법적 허용 범위를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이재명 정부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철저한 수사와 함께 약사법 전면 개정 등 제도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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