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에도 전세사기 피해자 또 '사망'···"선구제 후회수, 보증금 구제 특별법 제정 촉구"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3명 사망 이어 서울 양천구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전세사기 피해자단체·시민단체, "정부·여당이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발목" 비판

  • 기사입력 2023.05.11 14:14
  • 기자명 김종대 기자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한 빌라촌[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한 빌라촌[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심지어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경매 중지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지난 4월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주거안정 방안(이하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안정을 신속 지원하는 것이 방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불구, 서울 양천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재차 사망했다. 이에 전세사기 피해자단체와 시민단체는 정부·여당이 제시한 특별법이 아니라 '선구제 후회수, 보증금 구제 방안'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이하 피해자대책위·시민사회대책위)는 11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얼마나 더 죽어야 피해자 목소리 들을 건가. 선구제 후회수, 보증금 구제 방안이 포함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주문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빌라에서 30대 여성 이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빌라와 오피스텔 등 주택 1139채를 보유하고 전세를 놓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40대 김모 씨 사건의 피해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2021년 6월 김씨와 보증금 3억원에 양천구 빌라 전세계약을 맺었다.

앞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지난 2월 28일과 지난 3월 14일, 17일 각각 사망한 바 있다. 

이에 피해자대책위·시민사회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네 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경매는 중지됐지만 흔들리지 않는 정부·여당의 '피해자감별법', '선구제 후회수, 보증금 구제 방안 수용 불가' 방침이 피해자들을 더욱 불안과 절망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여당이 발표한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 심의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면 우선매수권, 경매 유예·정지 신청, 세제·금융 지원 등의 특례가 부여된다.

단 특별법 지원 대상은 6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6가지 요건은 ▲대항력(對抗力·이미 발생하고 있는 법률관계를 제3자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효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집행권원 포함)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다. 

이에 피해자대책위·시민사회대책위는 정부·여당의 특별법을 '피해자감별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정부·여당은 피해자대책위·시민사회대책위가 요구하는 '선구제 후회수, 보증금 구제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우선 매입한 뒤 피해자에게 임대하는 방안이 정부·여당의 입장이다. 

피해자대책위·시민사회대책위는 "대규모 전세사기·깡통전세 가해자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정부가 무자본 갭투기가 가능하도록 무분별한 대출확대 정책을 펼쳐왔고 이에 비해 악성 임대인이나 묻지마 보증, 무분별한 대출, 보증보험 가입의무 대상에 대한 관리를 사실상 방치한 데 있다"며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이라 보기 어렵다', '선구제 후회수라는 선례를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대책위·시민사회대책위는 "정부·여당이 제시하는 우선매수권은 그나마 보증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긴 하지만 결국 피해자가 더 큰 돈을 대출받아야 하고 그마저도 경매에 참여, 해당 주택을 매수할 여력이 되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방안"이라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임대 방안 또한 피해자의 주거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기존 전세대출의 상환이나 보증금 회수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힘들게 특별법이 처리된다고 해도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일부의 보증금이라도 회수하기 위해 긴 시간 동안 계속 경매와 수사기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물론 조세채권 안분과 경공매 중지가 공식화된다고는 하지만 피해자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가 요구하는 '선순위 후회수' 방안, 최소한의 최우선 변제금 수준의 보증금 구제 방안이라도 포함되지 않으면 오히려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심사절차만 추가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늬만 특별법이 아닌 반드시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특별법이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피해자대책위·시민사회대책위는 '선순위 후회수' 방안 등이 담긴 특별법이 처리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과 온라인 간담회, 농성장 방문의 날, 특별법 제정 촉구 1만인 서명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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