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특정 분야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방송·연예 등까지 광범위하게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사실을 왜곡, 호도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1인 미디어와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가짜뉴스의 형태와 수법도 진화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에 <한국NGO신문>이 ‘공정사회의 적, 가짜뉴스’를 주제로 기획기사를 8월 14일부터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를 통해 가짜뉴스의 현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가짜뉴스 대처방안과 근절방안을 모색, 궁극적으로 공정사회 실현에 기여하고자 한다. 6회에서는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가짜뉴스. 가짜뉴스가 성행할수록 피해자와 피해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가짜뉴스로 우리 사회와 일상의 근간이 붕괴되고 있다. 따라서 가짜뉴스 근절은 우리 모두의 과제다. 이에 가짜뉴스 근절을 위해 싸우는 주인공들이 주목된다.
시민단체, 가짜뉴스 전쟁 앞장···팩트체크부터 가짜뉴스 선정, 발표까지 전방위 활약
특히 시민단체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앞장서고 있다.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와 바른언론시민행동이 대표적이다.
공정언론국민연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언론 전문 단체로서 2022년 6월 10일 설립됐다. 주요 활동은 상시 모니터 활동과 언론 정책 감시·제안이다. 공정미디어연대와 연계, 가짜뉴스도 선정·발표하고 있다.
최철호 공정언론국민연대 공동대표는 “깨워 있는 시민들이 중요하다. 아무리 가짜뉴스를 전파해도 시민들이 깨어 있으면 가짜뉴스 확산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시민단체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른언론시민행동은 2023년 2월 22일 출범했다. 트루스가디언 발행, 가짜뉴스 선정·발표, ‘가짜뉴스 아카이브’ 구축 등 가짜뉴스 근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가짜뉴스 아카이브는 바른언론시민행동이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바른언론시민행동 홈페이지(www.truthguardian.org) 또는 인터넷 매체 트루스 가디언(www.truthguardian.co.kr)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짜뉴스 아카이브는 가짜뉴스 사전을 지향하며 ‘가짜뉴스 아카이브’와 ‘이달의 가짜뉴스 및 리스트’ 등 2개의 코너로 구성됐다. 총 170여개의 가짜뉴스를 팩트체크하고 가짜뉴스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기록하고 있다.
과거에도 시민단체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2019년 12월 10일 서울시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30개 단체가 ‘가짜뉴스 체크센터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발족식을 개최하고 가짜뉴스 체크센터(‘개미체커’) 설립을 선언했다.
추진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부터 동아투쟁위원회·한겨레신문발전연대·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 언론운동단체, 미디어기독연대·불교언론대책위원회 등 종교단체가 참여했다.
당시 추진위는 ▲네티즌의 가짜뉴스 신고 ▲신고내용 관리자 확인 ▲가짜뉴스 네티즌 검증 ▲검증 결과 전문가 검토 등을 주요 활동으로 제시한 바 있다.
추진위는 발족선언문에서 “시민이 주체가 돼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나아가 시민 스스로 미디어 수용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면서 “정치적, 이념적으로 편향되거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영향받지 않도록 엄정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오로지 진실을 규명하는 팩트체커 본래의 사명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짜뉴스, 자유민주주의 위협과 민생 파탄 초래
그렇다면 시민단체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앞장서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가짜뉴스를 방치하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민생이 파탄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최철호 대표는 "국민을 호도하는 문제, 유권자를 호도하는 문제, 언론사가 본래의 기능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문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문제가 가짜뉴스의 폐해"라며 "이러한 폐해의 심각성 때문에 가짜뉴스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언론국민연대는 공영방송사의 편파·왜곡, 허위방송 문제를 모니터링하는 데 어느 당을 편들자는 게 아니다"며 "한국 언론의 건강성, 대한민국의 상식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야 구분이 없다. 어느 누구든지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반드시 문제제기돼야 하고 합당한 비판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철·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도 <한국NGO신문>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가짜뉴스를 방치하면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되고 민생이 파탄이 난다”며 가짜뉴스 근절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김형철 공동대표는 “자유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갖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의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면 국민들이 원하는 후보자를 뽑는 것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원하는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정근 공동대표는 “가짜뉴스가 민생도 파탄시킨다”며 “민생은 파탄이 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계속 잘되고 있다고 호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의 실패를 민생이 고스란히 떠안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 근절은 결국 국민들을 위한 것이다. 공선사후(公先私後·공적인 일을 우선시하고, 사적인 일은 나중에 한다)의 정신으로 가짜뉴스 근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가짜뉴스 근절 활동 활발···NGO, 언론계, 학계 등 활동 단체 다양
해외에서도 가짜뉴스 근절 활동은 역사가 오래되고 활발하다. 프랑스에서는 2017년 대선 기간 동안 비영리단체 First Draft(이하 퍼스트 드래프트) 주도로 33개 언론사 소속 100명 이상 언론인이 Cross Check(크로스 체크) 프로젝트를 진행, 온라인에서의 루머·주장·조작 이미지나 동영상을 검증했다.
퍼스트 드래프트는 페이스북과 구글 등 뉴스 유통 사업자와 뉴욕타임스, BBC, AP, 로이터 등 언론사가 가짜뉴스와 문제 정보를 검증하기 위해 설립했다.
퍼스트 드래프트는 ▲왜곡될 수 있는 풍자 혹은 패러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 ▲가짜뉴스 사이트 등을 통한 사칭 콘텐츠 ▲기사 중 극히 일부만 사실인 날조 콘텐츠 ▲헤드라인과 내용이 상관 없거나 거리가 먼 허위연결 콘텐츠 ▲사실과 다른 맥락과 함께 유포되는 허위콘텐츠와 오보 ▲속이기 위한 목적으로 합성 등을 통해 조작한 콘텐츠를 문제 콘텐츠로 정의했다.
글로벌 NGO, Avaaz(이하 아바즈)의 활동도 주목된다. 아바즈는 2019년 가짜뉴스 근절을 목적으로 <거짓정보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사실>과 <거짓정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5가지 방법>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바즈는 “거짓정보를 이용하는 세력은 어디에 살든지, 정치적 신념이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표적이 되고 있다”면서 “이것이 오늘날 민주주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며,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거짓정보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 거짓 정보는 불신과 공포, 그리고 거짓말을 퍼뜨린다. 우리가 거짓정보에 대해 정확히 알수록, 그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1. 거짓정보는 사람들의 공포에 뿌리내리고 빠르게 퍼져 나간다.
인간의 행동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의해 좌우된다. 그것이 우리가 학습을 하는 방식이다. 거짓정보를 퍼뜨리는 자들은 그 원리를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인간의 심층 심리를 이용한다. 부정적인 것일수록 그것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는 크고, 그래서 진짜뉴스보다 가짜뉴스가 여섯 배나 빠르게 퍼져 나간다.
2. 거짓정보는 소셜미디어에 적합하고 수십억 명에게 전달된다.
우리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셜미디어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번다. 기업은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콘텐츠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래서 그것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프로그램화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가 수십억 명에게 전달된다. 가장 큰 신문사의 발행부수도 겨우 몇 백만이지만, 페이스북의 뉴스는 매일 십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접하고 있다.
3. 거짓정보는 우리를 공격하는 무기가 돼 가고 있다.
브라질에서부터 중국에 이르기까지 권위주의 정권은 거짓 정보를 새로운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거짓정보는 ‘편 가르기를 통한 지배’라는 오래된 전술에 동원되는 최신 무기다. 가장 수가 뛰어난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에는 ‘댓글 공장’이 있다. 거짓정보를 퍼뜨리는 데 사용되는 수백만 개의 가짜 계정을 관리하는 군단이 여기 소속돼 있으며, 러시아의 선동 창구 , RT가 있다. RT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유튜브 뉴스 채널 가운데 하나로 20억 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4. 거짓정보는 사람들을 죽이고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거짓정보는 인도와 브라질에서 자경단의 폭력을 부추기고 있으며, 미얀마에서는 끔찍한 인종청소를 조장했다. 거짓정보는 또한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있다. 가짜뉴스의 결과는 브렉시트, 그리고 볼소나로와 트럼프의 등장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은 주류 언론, 민주주의 제도, 정치 지도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비주류 스트롱맨이 권력을 쥘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거짓정보 때문에 소셜미디어는 이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됐다.
5.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
거짓정보는 우리 사회를 극단화시키고 약화시키는 전략의 일부로 이용된다. 정치적 견해가 어떠하든 간에 모두가 그 전략의 표적이 되고 있더, 예컨대 미국에서는 러시아의 댓글부대가 만들어낸 가짜 미국 흑인 운동 페이지가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BLM)’ 운동의 공식 페이지보다 더 많은 팔로어를 갖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사람들 사에서도 가짜뉴스를 믿는 경향이 나타난다. 65세 이상이라면 그러한 경향이 훨씬 강하게 나타난다.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국제팩트체킹연맹)은 팩트체크를 기반으로 가짜뉴스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세계 최대·유일의 팩트체크 컨퍼런스, 글로벌팩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팩트는 매년 개최국이 변경된다. 올해는 10회를 맞아 우리나라의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가 지난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글로벌팩트10 행사를 공동 주최했다.
또한 IFCN은 사실 검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허위 정보와 싸우는 팩트체커(Fact Checker)의 노력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매년 4월 1일 만우절 다음날인 4월 2일을 ‘국제팩트체킹의 날’로 정했다.
IFCN은 “사실을 높이는 것(사실을 검증하는 것)은 전문가만의 책임이 아니라 대중의 참여가 포함된 공동의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6회 기사에 이어 7회 기사에서는 ‘가짜뉴스 근절방안’을 집중 보도한다.
<기획취재팀: 정성민 편집국장, 김승동 대기자, 설동본 대기자, 서효림 기자, 김다원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