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특정 분야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방송·연예 등까지 광범위하게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사실을 왜곡, 호도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1인 미디어와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가짜뉴스의 형태와 수법도 진화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에 <한국NGO신문>이 ‘공정사회의 적, 가짜뉴스’를 주제로 기획기사를 8월 14일부터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를 통해 가짜뉴스의 현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가짜뉴스 대처방안과 근절방안을 모색, 궁극적으로 공정사회 실현에 기여하고자 한다. 그 첫번째로 '프롤로그'를 보도한다. -편집자 주-
#1.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에 국민의힘 3선 의원이 연루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 무근으로 확인됐다.
#2. ‘속보 이준석·조국 딸 조민 11월 결혼!! 난리 났네요’라는 제목의 유튜브 쇼츠 영상에 게재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강하게 반발했다. 역시 가짜뉴스였다.
#3. 일명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發 가짜뉴스로 수산업계가 피해를 극심하게 입고 있고 전 국민적 불안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오염수가 방류되고 100년을 살아도 영향을 크게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가짜뉴스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가짜뉴스가 쏟아진다. 대상도,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가짜뉴스와 전쟁중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 논란 촉발, 한국 2020년대 이후 가짜뉴스 급증
가짜뉴스는 영어로 ‘Fake(가짜의, 거짓의) News’로 표현된다. 형식상 뉴스이지만 내용은 거짓·왜곡 정보다. 즉 가짜뉴스는 거짓·왜곡 내용을 실제 뉴스처럼 교묘하게 포장, 보도한다.
사실 가짜뉴스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2016년 미국의 대통령선거(이하 대선)에서 가짜뉴스가 쏟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됐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맞대결했고 특히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 가짜뉴스가 급속하게 확산됐다.
실제 미국 인터넷 뉴스매체 <버즈피드(BuzzFeed)>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대선일(11월 8일) 이전 3개월간 인기 가짜뉴스 20개의 페이스북 내 공유·반응·댓글 수는 총 871만 1000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버즈피드(BuzzFeed)>는 인기 가짜뉴스 20개에서 17개 가짜뉴스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지지를 발표했다’(반응 96만 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테러 단체 IS에 무기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79만 건) ▲‘클린턴이 IS와 주고받은 이메일이 공개됐다’(75만 4000건) ▲‘클린턴은 어떤 연방 공직도 많을 자격이 없다’(70만 건) 등이다.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가짜뉴스는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도 2020년대에 접어들며 가짜뉴스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짜뉴스를 살펴 보면 우선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당시 코로나 가짜뉴스가 생산, 유포됐다. 코로나 가짜뉴스로는 ▲코로나19 백신으로 DNA를 조작하거나 뇌를 조종할 수 있다 ▲백신 접종 부위에 자석이 붙는다 ▲바닷물 가습기로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시 유전자증폭 횟수를 임의로 조작, 확진자 수를 조작한다 등이 해당된다.
현재는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發 가짜뉴스가 대표적 가짜뉴스로 꼽힌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찬성한다 ▲방류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이다 ▲방류 오염수가 3개월 뒤에 우리 바다를 덮친다 ▲방류 이후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할 것이다 ▲삼중수소는 어류에 농축, 생태계를 파괴한다 ▲오염수 방류하면 우리 소금이 오염된다 등이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發 가짜뉴스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發 가짜뉴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못하고 사실과 다르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심야 술자리,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선택에 국민의힘 3선 의원 연루 등부터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의 멤버 고우림 부부의 불화설, 방송인 유재석의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이사설 등까지 가짜뉴스는 영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고 범람하고 있다.
페이크 뉴스부터 오보까지 가짜뉴스로 인식···가짜 뉴스 생산자 77.5%가 정치인·정당
가짜뉴스는 종류와 유형이 다양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일반 시민이 생각하는 ‘뉴스’와 ‘가짜뉴스’>의 조사 결과(2019년)에 따르면 일반 시민은 협의의 가짜뉴스 즉, 페이크 뉴스뿐만 아니라 일명 ‘찌라시(카카오톡 등 메신저 서비스로 유통)’ 그리고 ‘언론사 생산 저품질 콘텐츠(낚시성 기사·어뷰징 기사·광고성 기사 등)와 오보’까지도 가짜뉴스로 인식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최대 진원지는 정치권이다. 서울대 SNU 팩트체크(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운영 팩트 검증 정보서비스)가 2022년 대선 기간 동안 가짜 뉴스 판명 115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짜 뉴스 생산자의 77.5%가 정치인·정당·후보 진영이었다. 이어 SNS·유튜브·인터넷 등이 10.8%, 언론사 1.7% 순이었다.
그렇다면 가짜뉴스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인터넷과 SNS 발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 인터넷과 SNS를 기반으로 누구나 영상 제작과 글 작성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일상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의 일상화가 인터넷과 SNS 콘텐츠의 대중화로 이어지며 가짜뉴스 성행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만 19~24세 10명 가운데 4명은 하루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SNS로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접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콘텐츠 수익이 가짜뉴스를 부추기고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경우 구독자 수와 조회 수에 따라 광고 수익이 결정된다. 따라서 유튜브 운영자는 구독자와 시정차를 유인하기 위해 자극적, 선정적 가짜뉴스를 이용한다.
AI의 발달에 따른 가짜뉴스의 진화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Chat GPT(이하 챗GPT)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챗GPT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chathot)으로 미국의 오픈에이아이(OpenAI)가 2022년 12월 1일 공개했다. 빅데이터 분석과 딥러닝 기반으로 대화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 영역이 광범위하다.
하지만 부작용도 뒤따르고 있다. 챗GPT 생성 정보에 오류가 발생하는 것. 이에 챗GPT 창시자 Open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의회 법제사법위원회 개인정보·기술·법소위에 출석, “내년 미국 대선에서 AI로 인한 허위 정보의 쓰나미가 예상된다. 유권자들에게 조작된 정보가 유포되는 데 챗GPT를 비롯한 AI가 얼마나 악용될 것인가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짜뉴스 폐해 속출···규제와 처벌은 ‘요원’
가짜뉴스가 급증하면서 폐해도 속출하고 있다. 최대 폐해는 선의의 피해자 발생이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發 가짜뉴스로 수산업계의 피해가 극심하다. 수산업 종사자는 사실상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에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수연)는 지난 6월 6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수연은 호소문에서 “일부 선동가들의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는 철저히 가려 주시고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냉정히 대응, 우리 수산업계 선의의 피해를 막아 달라”면서 “우리 수산인들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고 더욱 더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 국민 여러분께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수산업경영인경남연합회는 지난 1일 경남 통영시에서 ‘수산물 안전 대국민 호소 결의대회’를 주최하고 “수산인들은 철저한 검사 강화로 책임지고 수산물을 안전하게 공급해 나가겠다”며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해 달라”고 호소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도 결의대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수산물은 단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을 만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면서 “수산물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통해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는데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가짜뉴스 처벌과 규제는 요원하다. 현행법에 따라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는 정보통신 콘텐츠로 분류된다. 따라서 언론중재법이나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가짜뉴스 규제의 사각지대다.
소위 '사이버 렉카(Cyber-Wrecker)가 활개를 치는 이유다. 사이버 렉카는 ‘사이버(Cyber)’와 견인차 ‘렉카(wrecker)’의 합성어다. 사이버 렉카는 사회 이슈를 짜깁기하고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로 방송한다.
하지만 사이버 렉카의 목적은 구독자 수와 조회 수 증가다. 광고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팩트체크는 외면하고 자극적 콘텐츠를 방송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별도의 규제가 없어 ‘아니면 말고 식’ 사이버 렉카의 1인 방송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가짜뉴스는 악성 정보 전염병' 대응 강화···민간, 시민단체도 가짜뉴스 근절 앞장
결국 정부가 가짜뉴스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가짜뉴스를 ‘악성 정보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기존 ‘가짜뉴스 퇴치 TF’ 기능을 전면 강화했다. ‘가짜뉴스 퇴치 TF’ 내부에 ‘가짜뉴스 신속 대응 자문단(이하 자문단)’을 구성, 운영을 시작한 것.
자문단은 과학과 미디어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됐다. 자문단은 엉터리 정보와 괴담의 생산·진화·전파의 전반 과정과 원인을 추적·분석·조언한다. 그러면서 전문가 시각, 팩트체커적 관점, 국민 소통 측면에서 대처방안과 의견을 제시한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악성 정보 전염병 가짜뉴스의 생산·유통을 짜임새 있게 차단하기 위해 ‘가짜뉴스 퇴치 TF’ 내에 전문가 대응팀을 추가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체부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내에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설치, 가짜뉴스 국민 피해 신고를 접수받고 구제 절차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AI 가짜뉴스 감지시스템’도 개발할 방침이다.
민간과 시민단체도 가짜뉴스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글로벌팩트 10 행사가 개최됐다.
글로벌팩트는 세계 최대·유일의 팩트체크 컨퍼런스다. 2014년부터 국제팩트체킹연맹(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IFCN)이 매년 개최국을 변경, 진행한다. 올해는 10회를 맞아 우리나라의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가 글로벌팩트 10 행사를 공동 주최했다.
글로벌팩트 10 행사에서는 전 세계 75개 국가의 언론인·팩트체커·연구자·거대 플랫폼 기업 실무자 등이 대면(550명)과 온라인(1000명)으로 참여, 허위 정보와 혐오 정보 범람에 맞서는 경험을 공유했다. 또한 허위 정보와 혐오 정보 대응 신기술을 익히고 국제 협력을 모색했다.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대표 최철호, 이하 공언련)’과 ‘바른언론시민행동(공동대표 오정근·김형철, 이하 바른언론)’의 역할도 주목된다.
공언련은 2022년 6월 10일 설립됐다. 방송·신문·유튜브 모니터링과 언론 정책 감시·제안이 주요활동이다.
바른언론은 지난 2월 22일 출범했다. 바른언론은 첨단기술을 활용,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하고 과학적 방식으로 검증·식별함으로써 국민이 가짜뉴스 실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창학 바른언론 사무총장(전 서울시 대변인)은 “주요 가짜뉴스 생산자의 허위 정보 유포 기록과 관련 내용이 키워드와 함께 빅데이터로 저장되기 때문에 발빠른 대응이 가능해진다”며 “자발적인 가짜뉴스 펙트체크를 통해 건전한 여론 형성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짜뉴스. 선의의 피해자 발생, 사회적 갈등과 혼란 야기 등 폐해가 심각하고 AI의 발전에 따라 가짜뉴스의 진화도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처벌과 규제가 없어 '가짜뉴스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고 무풍지대'에 있다. <한국NGO신문>이 1회 프롤로그 기사에 이어 2회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짜뉴스 인식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한다.
<기획취재팀: 정성민 편집국장, 김승동 대기자, 설동본 대기자, 서효림 기자, 김다원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