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특정 분야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방송·연예 등까지 광범위하게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사실을 왜곡, 호도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1인 미디어와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가짜뉴스의 형태와 수법도 진화되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에 <한국NGO신문>이 ‘공정사회의 적, 가짜뉴스’를 주제로 기획기사를 8월 14일부터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를 통해 가짜뉴스의 현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가짜뉴스 대처방안과 근절방안을 모색, 궁극적으로 공정사회 실현에 기여하고자 한다. 5회에서는 피해사례를 통해 가짜뉴스의 폐해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가짜뉴스가 무차별적으로 생산, 유포되면서 가짜뉴스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카더라식’ 또는 ‘아니면 말고식’ 가짜뉴스, ‘정치 선동 목적’의 가짜뉴스, ‘수익을 노린 선정성·자극성’ 가짜뉴스 등으로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 피해 유형과 대상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피해자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관동대지진 가짜뉴스로 재일 조선인 참극···잔 다르크, 전쟁 영웅에서 마녀로 전락
가짜뉴스 피해의 역사는 오래됐다. 우리에게는 가슴 아픈 가짜뉴스의 기억이 있다. 관동대지진 당시 재일 조선인의 폭동 조장 가짜뉴스다.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규모 7.9의 대지진이 일본 관동지방 남부에서 발생했다. 이에 도쿄(東京), 요코하마(横浜) 등에서 10만 명 가까이 사망하고 4만 3000여 명이 실종됐다.
문제는 지진 직후 재일 조선인이 ‘불을 질렀다’,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실제 1923년 9월 10일자 일본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관동대지진 당시 재일 조선인이 폭동을 조장하고 있다는 가짜뉴스가 지진 참상 현장 사진과 게재됐다. 관동대지진 가짜뉴스의 결말은 참혹했다. 수천여 명의 재일 조선인이 살해됐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마사카츠 전 일본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수의 저서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에 따르면 프랑스의 전쟁 영웅 잔 다르크(1412년 1월 6일~1431년 5월 30일)도 가짜뉴스의 희생양이다.
잔 다르크는 15세기 전반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 후기에 17세 소녀의 몸으로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하며 영웅에 등극했다. 하지만 1430년 5월 부르고뉴파(백년전쟁 후기 프랑스의 귀족·영주 당파) 군사에게 사로잡혀 영국군에게 넘겨졌다.
영국에서는 잔 다르크를 마녀로 몰아세웠고 잔 다르크는 1431년 재판에서 이단(異端) 선고를 받았다. 이에 잔 다르크는 1431년 루앙에서 화형을 당했다. 잔 다르크 죽음의 배경에 마녀사냥, 현재의 가짜뉴스가 작용한 것이다.
역대 정부마다 가짜뉴스 기승···피해는 업계의 ‘몫’
역대 정부마다 가짜뉴스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코로나發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렸다. “방역당국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진단검사 결과를 조작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으로 DNA를 조작하거나 뇌를 조종할 수 있다”, “보건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하니 음성이 나왔다” 등이 코로나發 가짜뉴스였다.
특히 확진자 가짜뉴스로 업계의 피해가 심각했다. 2020년 2월 4일 광주시 1호 코로나 확진자(16번 확진자) 확진 판정 이후 맘카페와 SNS 등에는 ‘16번 환자가 사우나, 터미널, XX마트, XX시네마, 백화점, XX아웃렛을 방문했고 XX마트 직원이다’는 미확인 글이 확산됐다. 그러나 당시 광주시는 모두 가짜뉴스이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16번 확진자 가짜뉴스에 XX아웃렛의 경우 매출이 62%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發 가짜뉴스(이하 오염수 가짜뉴스)가 대표 가짜뉴스로 꼽힌다. 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찬성한다 ▲방류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범벅이다 ▲방류 오염수가 3개월 뒤에 우리 바다를 덮친다 ▲방류 이후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할 것이다 ▲삼중수소는 어류에 농축, 생태계를 파괴한다 ▲오염수 방류하면 우리 소금이 오염된다 등이 오염수 가짜뉴스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지난 8월 24일부터 방류가 개시됐다. 물론 지금이라도 오염수 방류를 막는 것이 최선책이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오염수 방류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자 사명이다.
오염수 가짜뉴스 근절도 시급하다. 오염수 가짜뉴스로 수산업계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염수 가짜뉴스 피해 실태는 어떨까? 이에 <한국NGO신문>은 지난 8월 20일과 21일 전남 여수 지역, 지난 9월 3일과 4일 부산 지역, 지난 9월 5일 경남 통영 지역을 대상으로 각각 현지 취재를 진행했다.
먼저 전남 여수 중앙선어시장에서 33년째 장사를 이어온 A씨는 “코로나로 관광객이 뚝 끊겼다가 이제 좀 활력을 찾는다 싶었는데 이제 또 오염수 괴담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관청을 중심으로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안전 대책도 세우고 있으나 자극적인 괴담에 묻혔다”고 지적했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만난 상인 B씨도 “코로나 때부터 손님이 줄었는데 가짜뉴스 때문에도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부산 자갈치시장의 상인 C씨는 “원래 손님들이 많았는데 가짜뉴스로 손님들이 줄고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 방송에서 자꾸 오염수가 나쁘다고 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경남 통영의 주민 D씨는 “경남 통영 주민들은 수산업을 생업으로 살아가는데 정치적 목적으로 오염수 가짜뉴스를 이용하는 게 나쁘다”고 비판했다. 앞서 한국수산업경영인경남연합회는 지난 8월 1일 경남 통영시에서 ‘수산물 안전 대국민 호소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수산인들은 철저한 검사 강화로 책임지고 수산물을 안전하게 공급해 나가겠다.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해 달라”고 가짜뉴스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오염수 가짜뉴스 피해라면.
“사람들이 위축돼서 시장을 많이 안 나온다. 손님이 많이 줄었다.”
-매출은 어느 정도 감소했나.
“현재로 봤을 때 20% 이상 매출이 떨어지는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지금 오염수를 버리기 시작하면 5년 후에는 더 많이 버릴 것 아닌가. 하루에 7톤, 70톤씩 버린다고 하면 1년에는 몇 톤인가. 그런 식으로 버린다면 엄청난 양이 바다에 오염돼서 오는 것이다. 미국으로 갔다가, 어디로 갔다가 우리나라로 온다는데 태풍이라도 오면 그 이전에라도 올 수 있는 거 아닌가.”
-오염수 가짜뉴스와 방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짜뉴스도 너무 지나치면 손님들이 많이 줄어든다. 상인들은 원산지 표시를 잘하고 손님들한테 친절한 것을 잘하되 여야가 협력해서 수산물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너무 타격이 있다면 보상도 해주고, 보전도 해주고 여러 가지를 해주면 좋겠다.”
단골 가짜뉴스로 피해 반복···정치인, 유명인도 가짜뉴스 희생양
또한 단골 가짜뉴스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태풍 시즌마다 등장하는 문어 가짜뉴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태풍 카눈 당시에도 온라인에 '고층 건물 유리창에 붙은 문어 사진'이 등장했다. 심지어 과거 태풍 피해 사진 등을 짜깁기하고 조작, ‘카눈 부산 피해 상황’이라고 속인 가짜 사진도 확산됐다. 결국 상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부산 해운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E씨는 "손님들의 예약 취소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정치인과 유명인도 가짜뉴스의 피해 대상이다. 지난 7월 18일 서이초 초등학교 A교사의 사망 이후 교육계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A교사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특정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악성 민원 학생의 조부모로 ‘3선 국회의원’이 지목되며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한기호 의원은 “해당 학교에 가족은 재학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고 서영교 의원도 “자녀가 미혼”이라고 일축했다. 한 마디로 ‘3선 국회의원’설은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개그맨 김병만은 ‘개그계의 군기반장’이라는 가짜뉴스의 피해자다. 유튜브에서는 ‘개그맨들 사이 군기 잡기로 유명했다’, ‘무술유단 경력자로 개그계의 군기반장 역할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후배들에게 평판이 안 좋다’ 등의 내용이다.
이에 김병만은 지난 7월 28일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사람을 완전히 흉악범을 만들더라고요. 변호사를 통해 모든 걸 찾아내고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이 (가짜뉴스 때문에) 방송을 기피하게 됐어요”라고 토로했다.
대상과 영역을 가리지 않고 양산, 유포되고 있는 가짜뉴스. 그 피해는 심각하다. ‘나도 가짜뉴스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5회 가짜뉴스 피해사례 진단에 이어 6회 기사에서는 ‘가짜뉴스와 싸우는 사람들’을 집중 보도한다.
<기획취재팀: 정성민 편집국장, 김승동 대기자, 설동본 대기자, 서효림 기자, 김다원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