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기습 통과시키자 ‘날치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청소년·인권단체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19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2024년 6월 의원 발의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폐지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대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대법원이 인용했다. 그러면서 폐지되지 않은 상태로 서울학생인권조례 효력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자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기존에 주민조례발의안으로 제출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이번에 교육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앞서 보수층이 주도, 주민조례발의안으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2023년 3월 제기된 뒤 같은 해 7월 보류된 바 있다. 하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의원 발의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대법원에서 묶이자 주민조례발의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갑자기 통과시키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에 다시 불이 붙는 양상이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7일 재적의원 11명 중 7명의 찬성으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가결시켰다. 이어 바로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청소년·인권단체들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교육위 의결부터 본회의 상정까지 졸속으로 추진”
박은경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대위 상임대표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학원교습 시간을 자정까지 늘려 청소년의 휴식권을 위협하더니 이제는 학생 인권조례마저 폐지하겠다며 날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는 시민을 무시하고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명백한 권력 남용”이라고 규탄했다.
지현 노동당 청소년위원회(준) 위원장은 “학교의 민주주의는 날치기로 없앨 수 없다”며 “그러나 국민의힘은 갑자기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다시 꺼내와 교육위 의결부터 본회의 상정까지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장호승 정의당 청소년위원회 위원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기 위해 악을 쓰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대법원에 묶여 있는 기존 의원 발의 폐지안을 대신해 주인 발의 폐지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해 날치기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상현 녹색당 공동대표는 “서울시 인권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이 폭거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서울시 사례가 선례가 되어 타 지자체의 조례 폐지 흐름이 이어지게 된다면 그야말로 거대한 퇴행의 시작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 학생 인권을 두번 죽이는 내란 자행"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장은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내란에 협조하는 발언을 했다. 이제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또다시 학생 인권을 두번 죽이는 내란을 자행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즉각 중단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충분하고 투명한 공론화 절차 즉시 마련 ▲국민의힘 서울시 의원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학생인권조례 재폐지 의결에 유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18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부결하라고 촉구했다.
정 교육감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를 서울시교육청과 사전협의 없이 통과시켰다”며 “폐지된 조례를 다시 폐지의결하는 것은 행정 낭비다. 학교 현장에 또다른 혼란을 불러올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처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물론 환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폐지범시민연대는 청소년·인권단체들의 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 자리에서 5미터 떨어진 곳에서 18일 오전 같은 시간대에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 독소조항들은 교육 현장과 교권에 심각한 폐해를 미치고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된 것은 무너진 학교 공동체를 바로 세우겠다는 서울시민들과 교육 주체들의 간절한 염원이 반영된 매우 합리적이고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격이 되면서 고등학생의 학원시간 밤 12시 연장 조례로 시끄러운 서울 교육계가 다시 갈등 양상에 빠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