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이하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한 데 이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교육·인권·청소년단체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도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의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의결 추진이 입법권 남용이자 적법 절차 위반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앞서 2024년 4월 26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구성원 권리와 책임 조례안'과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됐다. 당시 표결에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만 참석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대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대법원이 2024년 7월 23일 인용하면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현재까지 시행이 보류 상태다. 이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대법원 제소 의원안 대신 주민 발의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으로 지난 17일 교육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앞서 보수단체 '서울시학생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의 청구(주민 발의)를 수용, 당시 국민의힘 소속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2023년 3월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민변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변은 19일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과 제23조 제6항에 따르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은 행정청과 관계 행정청을 기속하는 강력한 효력(기속력)을 가진다"면서 "대법원은 이미 '서울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폐지조례안 의결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폐지안에 대한 처리를 중단하고 본안 판결이 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라는 사법부의 명령"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법원이 제동을 건 선행 폐지안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실질적으로 완전히 동일 내용의 조례안을 의결하려고 하고 있다"며 "법리가 확립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집행정지 결정 효력이 지속되는 동안 행정청은 동일 사유와 내용으로 처분할 수 없으며, 위반 처분은 '당연무효'"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번 서울시의회의 폭거는 법원 결정을 잠탈하기 위한 꼼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법원이 효력정지 결정을 한 조례안과 동일 내용을 단지 의결 형식만 바꿔 통과시키려는 시도는 사법부의 정당한 통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이며, 실질적 법치주의와 적법 절차 원칙을 위반한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서울시의회는 교권 추락의 원인이 마치 학생인권조례에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며 폐지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명백한 거짓이자 선동"이라며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육권은 반비례 관계가 아니며 제로섬 게임 대상도 아니다. 오히려 과밀학급, 독박교실 같은 열악한 교육 환경과 구조적 문제가 교권 침해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민변은 "학생인권조례는 헌법 제10조가 국가에 부여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의무를 학교 현장에서 구체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면서 "이를 폐지하는 것은 학생을 폭력과 차별로부터 보호할 최소한의 울타리를 걷어차는 행위이며, 국가가 마땅히 져야 할 기본권 보호 의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로서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해야 할 책무마저 저버린 이번 결정은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살 부끄러운 퇴행"이라며 "더욱이 서울시의회가 대안이라며 내세운 '학교구성원조례'는 학생인권조례가 담고 있던 구체적인 권리 보장 내용과 구제 절차를 대부분 삭제하거나 형해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학생인권 보장에 역행하는 것이며 학생들에게 인권은 제한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줘 학교 현장을 더욱 혼란에 빠뜨릴 뿐"이라면서 "서울시의회는 위법하고 무효인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폐지안을 부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학생인권조례가 단순히 하나의 조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인권의 마지노선임을 확신한다.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과 연대를 통해 서울시의회의 위법한 폭주를 막아내고 학교 현장의 민주주의와 학생들의 인권을 끝까지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