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는 개인이 해결 불가능···범정부·초당적 차원에서 대책 마련해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증언대회, 피해구제 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 기사입력 2023.03.01 15:58
  • 기자명 김종대 기자
지난 2월 28일 국회본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국회, 정부, 주거시민단체와 김모씨(빌라왕)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등 피해 당사자들이 모여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증언대회와 피해구제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참여연대 제공]
지난 2월 28일 국회본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국회, 정부, 주거시민단체와 김모씨(빌라왕)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등 피해 당사자들이 모여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증언대회와 피해구제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참여연대 제공]

#1. "수도권 지역 보증금 2억 이하 주택에서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피해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자본 갭투기, 신탁사기, 이중허위계약 등 다양한 유형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강현정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피해지원센터장)

#2. "컨설팅 업체가 미추홀구 사기 피해주택에 안심전세 대출을 유도하고 있어 구청과 국토부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전세대출로 피해가 커졌음에도 금융기관은 손실이 없다 보니 여전히 무분별한 대출이 이뤄진다."(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

깡통전세를 포함,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전세사기는 개인의 힘으로 해결이 불가, 범정부·초당적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박주민·진성준·정태호·박상혁·윤영덕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달팽이유니온,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 세입자 114와 김모씨(빌라왕)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등 피해 당사자들은 공동으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증언대회와 피해구제 방안 모색 토론회'를 지난 2월 28일 국회본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전세사기 피해 속출에 피해자들 '고통'···정부 지원 대책 '허점'

피해자 증언대회에서는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위 부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김대성(빌라왕) 전세사기 피해 현황,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현황, 피해 당사자 사례가 소개됐다. 

먼저 김모씨(빌라왕)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의 이철빈씨는 첫번째 증언에서 "2021년 10월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상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작년 1월부터 압류(포천세무서)와 가압류(주택도시보증공사)가 설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언론 등에서 빌라왕 김모씨가 사망 직전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1339채 넘는 주택을 구입해 피해 금액이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김모씨가 소유한 주택 수, 피해 인원, 보증금의 규모 등에 대해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지 않고 있어 국토교통부에 여러차례 질의했다"며 "그러나 개인정보상의 이유를 들며 실태 파악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씨는 "피해자 상당수가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정부가 피해주택의 세입자에게 관련 안내문이라도 발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순위 조세채권 문제 때문에 경매 신청도 힘들고, 은행에 전세대출을 연장하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제출해야 하는데 계약만료 전까지는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을 수 없다"면서 "심지어 일부 은행에서는 전세대출 연장을 거부하고 있어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위원장은 두번째 증언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은 '건축왕' 남씨를 비롯해 공인중개사, 건물관리업체, 바지 임대인 등이 조직적으로 공모함으로써 2700여 피해 가구가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미추홀구 피해자들은 언제 내쫒길지 모르는 불안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이 정부 발표 대책에 기대를 갖고 '전세피해 원스톱 지원센터'를 방문했으나 부실 상담, 정책 이해 부족 등으로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기를 당해 수중에 돈이 없어 긴급지원주택에 입주하는 피해자들에게 6개월치 임대료 선납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화성시 거주 김씨는 세번째 증언에서 "계약 당시 서류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 또한 공인중개사가 보증보험에 가입된다는 말을 믿고, 대항력 발생 전까지 근저당 설정 시 계약 해지 특약까지 넣어 계약했다"면서 "계약 후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됐다"고 밝혔다.

즉 계약 이후 임대인이 변경됐고 압류가 시작되면서 깡통주택임을 알았다는 것. 김씨는 "현재 중도계약해지 소송을 알아보고 있지만 경매 개시만 6개월이고, 경매까지 최소 1년이 걸리며, 경매예납금만 2~300만원이고, 힘들게 경매로 낙찰받더라도 또 대출을 받아야 해서 너무 막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전세사기로 빚만 떠안게 됐는데 해당 공인중개사는 여전히 갭투기 알바를 모집하고 있다"며 정부 대책의 허점을 꼬집었다. 

특히 피해자들은 증언 이후 한목소리로 전세사기 문제는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피해 현황 파악·유형별 대책수립 △전세대출기간 연장 확약 △상속 문제·선순위 문제 해결 △경매·공매 절차 개선 △전세사기 예방·관리감독 체계 개선 △당해세 문제 해결 △긴급주거지원 △저리대출 △피해 아파트 공공매입 후 공공임대전환 등 전세사기 피해 구제와 예방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한 빌라촌[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한 빌라촌[연합뉴스]

정부 피해 실태 조사 급선무···실효성 있는 피해구제 방안 마련 시급 

토론회는 이강훈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가 좌장을 맡아 ▲발제(임재만 세종대 교수·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토론1(이장원 국토교통부 주택임대차보호팀 과장) ▲토론2(홍현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토론3(박상원 한국자산관리공사 가계기획처장) 순으로 진행됐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먼저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주택담보대출자 채무조정, 경매권 유예로 한계 차주나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피해 구제 정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토지 비축은행이 토지비축뿐 아니라 중·저소득층 임대주택 공급, 문제 부동산 해결, 압류·조세 체납 부동산에 대한 기존 파산시스템 기반의 경매시스템 대체 등의 역할을 하고 있어 한국의 주거위기 가구 지원에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제안했다. 

이어 임 교수는 "깡통전세 세입자가 경매를 신청하더라도 당해세 우선의 원칙 때문에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개별 임차인들이 공동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며 "공공(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개입, 개별 채권을 통합한 후 구제하고 우선매수권과 경매신청권을 행사함으로써 해결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 교수는 "공공(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도 전세대출 등 채무가 남아 있는 경우 채무조정, 개인 회생 등의 제도와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전세자금이 다주택자의 투기자금으로 활용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확충, 전세대출 축소, 전세대출의 DSR 적용, 모든 민간임대주택 등록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주택임대차보호팀 과장은 첫번째 토론에서 현장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발언했다.

이 과장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현황 조사 요구의 경우 전국적인 조사가 어려워 각 지자체에 요청,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인천 미추홀구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의 시세조작으로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 이 과장은 합동 단속 강화, 원스트라이크 아웃, 협회 추천 감정평가사 인정 등의 대책을 설명한 뒤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과장은 "피해회복을 위해 충분한 기간 동안 긴급지원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소득과 전세보증금 등 제약적인 저리대출에 대해서도 금융당국과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들이 가장 관심 있는 보증금반환채권 공공매입에 대해서는 "여러 부처 협의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홍현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는 두번째 토론에서 "경매와 관련한 선순위 조세 문제는 법무부 소관이 아니며 현재 제도 개선 TF를 운영하고 있다. 임차인 보호 제도 개선도 논의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정부안으로 국회에 상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검사는 임대차 계약 후 임대인 변경 고지에 대해서는 "법무부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임대인 납세증명과 함께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상원 한국자산관리공사 가계기획처장은 세번째 토론에서 "보증금반환채권 공공매입에 대해 제도적 장치가 없으나 현재 한국자산공사에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의 채무조정·부채탕감을 지원하기 때문에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증금반환채권이 담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LTV 50~60%를 적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세입자 중 회수금이 있는 경우, 경매시에 선순위 50%에 대해 금융기관이 지원하는 방안은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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