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전세사기는 사회 재난, 정부와 국회가 피해자 구제"

30대 A씨, 전세 빌라 임의 경매로 넘어가···전세금은 받지 못해

  • 기사입력 2023.03.02 18:04
  • 최종수정 2023.03.04 18:05
  • 기자명 정성민 기자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한 빌라촌[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한 빌라촌[연합뉴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의 피해자가 안타깝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정부와 국회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재차 확산되고 있다. 

2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오후 5시 40분경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빌라에서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지인은 A씨가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찾아갔고 문이 열리지 않자 112에 신고했다. 이어 경찰과 소방당국이 강제로 문을 열고 진입,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숨진 상태였으며 A씨 휴대전화에서 메모 형태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대책위 활동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대책위 관계자와 지인들에게 고맙다'고 기록됐다. 또한 가정환경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범죄 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가족에게 A씨의 시신을 인계했다.

앞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의 주범 남씨(62)를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월 구속했다. 공인중개사, 바지임대업자, 중개보조인 등 공범 58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남씨는 공범들과 공모,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전세 보증금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뒤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피해 규모는 총 126억원에 이른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의 전세빌라는 현재 임의 경매에 넘어갔다. A씨의 빌라는 2011년 주택 근저당권이 설정됐고 A씨 빌라의 전세금은 7000만원이다. 하지만 A씨는 지금까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또한 A씨는 최우선변제금도 보장받지 못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 등에 넘어갔을 때 일정 금액의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A씨 빌라의 전세금이 소액임차인 전세금 기준(6500만원)을 초과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안타깝게 숨지자 정부와 국회에 피해자 구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월 20일 오후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가해자 일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2월 20일 오후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가해자 일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주거권네트워크는 2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며 "정부와 국회가 현행법의 한계를 이유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해 실효적인 구제대책은 등한시한 채 가해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에 집중할 때부터 우려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주거권네트워크는 "주거권네트워크와 함께 하는 주거·시민단체들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부와 국회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주거권네트워크는 "힘들게 모은 전세금을 날린 것도 모자라 전세자금 대출까지 갚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피해자들은 문제를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어 자책하는 상황"이라며 "무분별한 전세대출과 보증을 남발하던 정부기관과 금융기관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개인의 부주의나 잘못으로 몰아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의 무게와 심각성을 방증한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전재산을 잃고 전세대출금 상환, 퇴거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도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잠재 피해자들을 위해 전면적인 피해현황을 조사하고 위험경보를 울려야 한다"며 "여전히 빈틈이 많은 긴급주거지원, 대출연장 등을 보완하고 공공이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하는 등 피해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비극적인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주거시민단체들도 고인이 되신 피해자의 뜻을 이어 전세사기 문제 해결과 피해구제를 위해 함께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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