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안타깝게 목숨을 끊어 전세사기 피해 구제와 예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추가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국토부의 대책이 전세사기 피해사태를 해결하기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9일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피해 임차인 간담회를 가진 뒤 전세사기 피해자 추가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10일 밝혔다.
추가 지원방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전세사기 피해확인서(이하 확인서) 발급이 신속히 진행된다.
앞서 지난 2월 28일 오후 5시 40분경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빌라에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주택이 경매에서 매각되지 않아 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했다. 대출도 지원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현재 경매 절차 이후 전세사기 피해가 확정된 뒤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확인서가 없으면 저리 전세자금 대출과 긴급주거지원이 불가하다.
정부는 경매 절차가 끝나기 전이라도, 보증금 피해가 확실한 경우 조건부로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확인서 유효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된다.
긴급거처 사용요건도 완화된다. 지금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긴급거처에 거주하기 위해 6개월치 월세 선납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거주 주택 면적과 동일하거나 작은 주택에만 입주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월세는 매월 납부하면 된다. 기존 거주 주택의 면적을 초과해도 유사 면적이면 긴급거처에 입주할 수 있다.
긴급지원주택에는 최대 2년간 살 수 있다. 하지만 2년 이후에도 일상으로 복귀하기 어렵다면 국토부가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할 예정이다. 반면 긴급주거지원 대상 피해자가 퇴거 후 전셋집에 새로 입주하는 경우 저리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정부는 임차인이 보증부 월세로 이전해도 대출 지원 방안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금을 지키고자 어쩔 수 없이 집을 경매에서 낙찰받는다면,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의 생애 최초 대출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국토부의 추가 지원방안이 전세사기 피해사태를 해결하기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0일 "현재 정부의 대책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재난'이라는 전국 규모의 집단 전세사기 피해사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미흡하다"면서 "초유의 사회적 재난 앞에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현행 법제도의 한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대책위는 "냉정히 말하면 정부의 긴급주거지원이나 저리전세대출, 대환대출 등의 대책은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라기보다 당면한 문제를 '유예'하는 대책에 불과하다"며 "집값‧전세값 폭등, 무분별한 대출과 묻지마 보증 방치, 등록임대주택 관리 부실 등 전세사기 사태의 근본 책임이 있는 정부가 과연 본인들의 책임이라고 인정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특히 이미 경매가 완료됐거나 정부가 발표한 대환대출이 시행되는 5월 이전에 경매가 완료되는 피해자들, 근린생활시설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의 경우 대부분의 지원대책에서 제외되는 등 치명적인 사각지대가 발생함에도 아무 대책이 없다"면서 "공공의 보증금채권 매입이나 피해주택 매입 등 실효성 있는 대책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상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그 제도를 개선하려는 최소한의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추경호 기재부장관이 직접 나서달라.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겐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며 "또 다시 아까운 목숨이 하나 사라져야 움직일 것인가. 이제 피해자들은 더 이상 해결 권한은 없고 수습 권한만 있는 국토부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필요하다면 범정부TF를 꾸리고 법을 바꿔서라도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면서 "여야 국회가 막아선다면 피해자들이 나서서 설득하겠다. 죽어가는 국민들 앞에 여야가 무슨 소용이겠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나중에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정부에 ▲선지원 후 구상권 청구(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주범 남씨 일당) ▲금융기관, 한국자산관리공사, 신탁회사 등의 경매절차 일지중지 방안 마련 ▲보증금채권 매입 또는 피해주택 매입 정책 도입 ▲전세사기 피해자 맞춤 금융지원 프로그램 개발 ▲지원 사각지대 구제(소급적용)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