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기승에 정부 피해지원 방안 추진···시민사회 "지원 방안 미흡, 추가 제도 개선 필요"

경찰청, 전국 전세사기 특별단속 실시···20·30대 청년, 서민층에 피해 집중
국토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 발표···전세가율 90%로 하향
참여연대·민변, "보증보험 가입 불가 시 임차인 계약해제·해지권 필요"

  • 기사입력 2023.02.02 14:10
  • 최종수정 2023.02.02 14:24
  • 기자명 정성민 기자
정부 청년대출 허점 노려 83억 챙긴 일당이 사용한 계약서들[연합뉴스]
정부 청년대출 허점 노려 83억 챙긴 일당이 사용한 계약서들[연합뉴스]

일명 '빌라왕 사건' 이후 2022년부터 깡통전세, 즉 전세사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찰의 수사 결과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정부가 제2의 빌라왕 사건을 막기 위해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추진한다.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 주택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정부의 지원 방안이 미흡하다며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세사기 피해 전국적으로 발생···1941명 검거, 168명 구속

경찰청은 2022년 7월 25일부터 올해 1월 24일까지 전국에서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한 뒤 1941명을 검거하고, 1941명의 검거인원에서 168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피의자 수와 구속 인원은 2021년 특별단속(243명·11명)보다 각각 8배, 15배로 급증했다.

1941명의 피의자에서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이 867명(44.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373명(19.2%), 주택 실소유자 325명(16.8%), 부동산컨설팅업자 등 브로커 228명(11.7%) 순이었다.

전세사기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청년대출 이용 전세사기가 가장 많았다. 1073명(55.3%)이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을 이용, 정부의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 지원금을 가로챘다.

현재 무주택 19세 이상∼33세 이하 청년은 누구나 정부 보증으로 최대 1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악용, 가짜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피해자 명의로 시중 은행에서 전세보증금을 지원받고 돌려주지 않았다.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전세사기 피의자도 283명(14.6%)이었다. 갭투자란 전세가와 매매가의 격차가 작을 때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갭)만큼 돈으로 집을 매입,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무자본 갭투자는 전세가와 매매가 동일 매물이나 '역전세(전세가가 매매가 추월)' 매물에 활용된다. 

빌라왕 사건이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의 대표 사례다. 경찰의 특별단속 결과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피의자는 주택 매매와 전세를 동시 진행하는 수법으로 수십에서 수백건의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전세보증금을 가로챘다.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는 컨설팅업체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특별단속에서 6개 무자본 갭투자 사기 조직을 적발, 범행 기획 컨설팅업자와 임대인 14명을 구속했다. 6개 무자본 갭투자 사기 조직은 무려 6100여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경찰은 공인중개사법 위반 공인중개사 등 250명(12.8%)과 '깡통전세(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집)' 사기범 213명(11.0%)을 적발했다. 

이번 특별단속 과정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는 총 1207명으로 확인됐고 379명(31.4%)이 30대, 223명(18.5%)이 20대였다. 청년층은 부동산 거래 경험이 부족, 주로 공인중개사를 의존한다는 점에서 범죄 표적이 됐다. 40대는 148명(12.3%), 50대는 121명(10.0%), 60대는 80명(6.6%)이었다.

피해자 1인당 피해 금액은 2억원 미만이 68.3%였다. 피해 주택 유형은 다세대 주택이 68.3%를 차지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대부분 서민층에 집중됐다는 방증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세사기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특별단속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 집값의 90% 이하 주택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한 참석자가 머리를 싸매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한 참석자가 머리를 싸매고 있다.[연합뉴스]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자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100%에서 90%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보증보험 가입 대상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2013년 70%, 2014년 80%에서 2017년 2월부터 100%까지 향상됐다. 그러자 보증보험 악용 전세사기가 판을 쳤다. 보증보험 가입으로 세입자를 안심시켜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을 빼돌리는 수법이다. 

그러나 현재 100%의 전세가율을 90%로 하향하면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빌라왕 사건의 당사자 김 씨는 주택 1139채를 보유했고 전세가율은 평균 98%였다. 전세가율 90% 기준을 적용할 경우 김 씨 소유 주택은 대부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전세가율 90% 기준은 신규 전세계약을 대상으로 오는 5월 1일부터 적용된다. 세입자가 보증보험에 기가입, 보증을 갱신할 경우 오는 12월 말까지 100%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또한 보증료 할인 대상이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할인 폭은 50%에서 60%로 각각 확대된다. 보증보험 가입 심사 때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 감정평가 가격이 적용된다.

2021년 8월부터 전체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실제 미가입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에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의무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의 특별단속으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가 전세사기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됨에 따라 처벌이 강화된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직무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자격이 취소된다. 하지만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 앞으로는 집행유예를 받아도 자격이 취소된다. 감정평가사도 현재 집행유예를 포함, 금고형을 2회 받아야 자격이 취소되지만 앞으로는 금고형을 1회만 받아도 자격이 취소되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참여연대[한국NGO신문 자료 사진]
참여연대[한국NGO신문 자료 사진]

시민사회, "깡통전세 전국적으로 피해 예상···추가 제도 개선 시급"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시민사회는 추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2일 "(정부의 지원) 대책이 여전히 불법 전세사기에 한정돼 있으며 이마저도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면서 "깡통전세 예방과 피해지원 방안 마련은 물론 금전적인 피해뿐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가정불화 등 엄청난 고통을 껶는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자들을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먼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고전세가율 임대차를 대상으로 보증가입을 제공하되,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세가율 70%까지만 보증하도록 범위를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정부는 무자본 갭투자를 근절하기 위해 전세반환 보증대상을 전세가율의 100%에서 90%로 하향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최근 주택 매매시세와 경매 낙찰가 등을 고려해볼 때, 전세가율 90%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세가율을 단순히 매매가 대비 전세보증금으로 산정한 경우로 여기에 세금, 선순위채권, 대출 등의 부채비율을 고려하면 전세가율 보증한도는 더 낮아져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전세사기 예방을 목적으로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 명시·설명의무를 보다 강화할 것도 주장했다. 공인중개사가 ▲주택 가격 정보 ▲보증금의 전세가율 ▲법원의 동종 주택 경매 매각가율 정보 등을 제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떼이지 않는 수준의 전월세 가격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분양대행업 규제와 감독 강화 ▲전세반환보증보험 또는 전세대출보증 거절 시 임대차계약 해제 또는 해지 가능 ▲임대인이 주택 매매계약을 제3자와 체결할 경우 임차인에게 계약 체결·소유권 이전 사항, 임대인 정보 고지 등도 제안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현재 분양대행업은 자유업으로 아무 제한이 없어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분양사기, 과장 광고 등 각종 불법과 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서 "분양대행업 등 부동산 시장에 존재하는 각종 영업 업종 자체를 공정 시장 규제에 따르도록 함으로써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를 규제할 수 있도록 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를 보다 확실하게 예방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전세반환보증보험 또는 전세대출보증이 거절되는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이나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발생하는 전세사기의 일부는 계약 이후 임대인이 변경된 경우"라며 "이와 관련해 신용도가 낮은 바지 임대인에게 주택이 양도됐을 때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집값 하락으로 깡통전세 비상등이 켜졌다. 전세사기를 뿌리 뽑고 피해자를 두텹게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광범위하고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깡통전세 피해 예방과 지원대책 마련 등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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