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빌라왕 사건'으로 깡통전세 파문이 확산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깡통전세란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의 합계 금액이 주택 매매가격과 비슷하거나 높은 경우를 말한다. 임대차 계약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없으면 전세 계약 만료 시 전세보증금이 집값보다 높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깡통전세는 전세사기의 대표 사례다. 문제는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청이 2022년 7월 25일부터 올해 1월 24일까지 전국에서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1941명이 검거됐고, 1941명의 검거인원에서 168명이 구속됐다. 전세사기 유형도 청년대출 이용 전세사기(1073명·55.3%),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전세사기(283명·14.6%), 공인중개사법 위반(250명·12.8%), 깡통전세(213명·11.0%) 등 다양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총 1207명으로 확인됐고 379명(31.4%)이 30대, 223명(18.5%)이 20대였다. 피해자 1인당 피해 금액은 2억원 미만이 68.3%였다. 피해 주택 유형은 다세대 주택이 68.3%를 차지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대부분 서민층에 집중됐다는 방증이다.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자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이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100%에서 90%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법원과 검찰청은 전세사기범의 처벌을 강화, 최고 15년형까지 구형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정부의 지원방안이 미흡하다며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세가율 70%까지만 보증하도록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비롯해 ▲공인중개사의 중개대상물 명시·설명의무 강화 ▲분양대행업 규제와 감독 강화 ▲전세반환보증보험 또는 전세대출보증 거절 시 임대차계약 해제 또는 해지 가능 ▲임대인이 주택 매매계약을 제3자와 체결할 경우 임차인에게 계약 체결·소유권 이전 사항, 임대인 정보 고지 등이다.
정부는 시민사회의 주문대로 지원방안에 이어 추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는 세입자 보호 의무는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무슨 뜻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단순히 설명하면 국가의 구성은 개인·가족으로부터 시작된다. 개인·가족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구성·유지돼야 국가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개인·가족의 근간이 바로 집이다. 자가이든, 전세이든, 월세이든 개인·가족의 생활공간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개인·가족의 구성과 유지가 보장된다.
그런데 전세사기는 개인·가족의 생활공간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 전세사기를 당한 이후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가정 불화 등 피해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가족이 어찌 안정적으로 구성되고 유지될 수 있겠는가.
전 국민이 자가를 보유한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세살이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개인·가족의 근간을 흔드는 전세사기로부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무엇보다 전세사기의 최대 피해자가 20·30대 청년층이라는 점에서 국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20·30대 시절에 전세사기로 피해를 입는다면 이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쪼록 정부가 지원방안에 이어 시민사회가 신뢰할 만한 세입자 보호 후속 대책 제시에 적극 나서기를 재차 주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