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주민 차별 심각­·­·­·이주민 차별은 인종차별의 변종"

[기획연재 : ‘K-구호’로 나눔 선도, 대한민국 NGO]특별대담①이주와 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
130만 육박하는 이주노동자 시대에 한국의 차별과 혐오 심각
"미디어와 정치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 부추겨"

  • 기사입력 2025.09.08 08:03
  • 최종수정 2025.09.12 14:42
  • 기자명 이영일 기자

K-팝, K-드라마 등 이른바 ‘K’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구호분야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도약하면서 대한민국 NGO의 K-구호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NGO는 K-구호로 나눔을 선도하면서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을 선진복지국가로 이끄는 힘이자 원천이다.

이에 대한민국 NGO의 플랫폼인 한국NGO신문이 <‘K-구호’로 나눔 선도, 대한민국 NGO> 주제의 기획기사를 총 9회에 걸쳐 연재하며 대한민국 NGO의 K-구호활동과 성과를 집중 조명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나눔 문화를 활성화함으로써 K-구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사각지대 없는 복지대한민국 실현에 기여하고자 한다. 9회 기사에서는 전문가 특별대담 4편을 순서대로 게재한다. 1편에서는  이주민 분야 전문가  이한숙 이주와 인권연구소장의 특별대담을 통해 국내 이주민의 실태와 이주민 정책의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생산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이 영상에는 이곳 노동자가 이주노동자 A씨를 비닐로 벽돌에 묶어 지게차로 옮기는 모습과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다른 노동자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제공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생산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이 영상에는 이곳 노동자가 이주노동자 A씨를 비닐로 벽돌에 묶어 지게차로 옮기는 모습과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다른 노동자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 제공

지난 7월, 전남 나주에 있는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 이주노동자가 벽돌 더미에 묶인 채 지게차에 의해 들어 올려지는 사건이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대통령까지 나서 이 어처구니 없는 행위에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이주민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를 보면 만 15세 이상 국내 거주 외국인이 156만여명이 이르고 있다. 이중 임금근로자는 95만 6천여명에 등록되지 않은 이주민까지 포함하면 국내 전체 이주노동자는 약 1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여전히 존재한다. 나주의 벽돌공장 사건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방증이다.

한국NGO신문은 20년 넘게 이주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부산의 ‘이주와 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을 부산 사무실에서 만나 이주민을 향한 차별과 혐오, 인권유린에 대한 원인과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주와 인권 연구소의 시작과 그 배경

“연구소는 지난 2005년 발족한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의 부설기관으로 출발해 2017년에 독립한 연구소입니다. 한국의 사회운동이 보통 연구는 연구자가 하고 실무는 실무자가 하는 식으로 약간 분리가 돼 있어 연구라는 영역과 현장이라는 영역이 양분되어 있는 것을 ‘다리를 놔 보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산의 ‘이주와 인권 연구소’ 이한숙 소장은 20년동안 이주민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연구해 온 이주 인권운동의 전문가다. 이영일 기자
▲부산의 ‘이주와 인권 연구소’ 이한숙 소장은 20년동안 이주민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고 연구해 온 이주 인권운동의 전문가다. 이영일 기자

이 소장은 정부(법무부)는 ‘외국인’ 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NGO들이 ‘이주민’이라고 부르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주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주민인데 이주해 왔을 뿐이라는 것. 이런 이주 인권운동을 이 소장이 처음 시작한 계기는 1997년경 우연히 이주 노동자들한테 한글을 가르치는 자원활동을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한국 정부가 체류 비자를 줄 때는 입국 목적에 따라 비자를 주는데 정부는 일하러 온 이주 노동자를 외국인 근로자라 부릅니다. 하지만 NGO들은 외국인과 내국인의 이분법을 반대하기 때문에 외국인이라 하지 않고 이주 노동자라 부르는 것입니다”

이주 인권운동의 태동 배경에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존재

이 소장은 이주민들이 우리나라로 오게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쯤인데, 이주민이 특별하게 배제되거나 차별되지 않았다면 그렇게 사람들을 따로 부를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 설명한다. 선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무언가 다르게 대우받고 취급받기 때문에 이주민이 형성됐다는 것인데 그 배경에는 차별과 혐오가 존재한다는 것.

“가난하다고, 노동자라고, 여성이라고, 지역 출신이라고 차별하는 현상들이 있는데 이주민 차별도 그 차별 안에 교차되는 겁니다. 제노포비아(Xenophobia)로 불리지만 꼭 찝어서 외국인 혐오라고 부르기는 적절치 않고 낯선 것에 대한 혐오인데 저는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주와 인권 연구소 홈페이지
▲이주와 인권 연구소 홈페이지

이 소장은 원래 인간은 하나의 ‘종’인데 어떤 그룹의 특징을 기준으로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거기에 어떤 편견을 부여해서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동남아 출신을 두고 한국인들이 일하는 것을 기피하는 직종에 일하도록 해놓고 ‘험한 일을 한다, 저 사람들은 돈만 벌러 왔다’ 이런 식으로 편견을 부여해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 이민자와 묶어서 차별하는데 이런 현상을 인종차별의 변종이라고 강조한다.

“예전에는 은행이나 공공기관에 가면 이주민에게 반말하는 것이 기본이었어요. 처음에는 ‘왜 반말을 하냐’를 가지고 많이 싸웠습니다. 그냥 머슴처럼 보는 거예요”

이 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다른 나라는 이주민이 자국 인구중 10%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달 기준 4~5%대밖에 안되는데도 일종의 피해의식이 굉장히 많아서 이주민을 과하게 의식한다는 것.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미디어와 정치가 부추기는 한국 사회

지난 6월 1일 전국 이주인권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주민 인권 10대 정책요구를 발표했다. 이 소장은 이와 관련, 이재명 정부 하의 공무원들도 기존의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지만 그래도 협의를 해 나갈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 인권 10대 정책요구 살펴보기 : https://mihu.re.kr/archives/?vid=158]

▲지난 6월 1일, 전국 이주인권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보신각에서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차별을 넘어 평등사회를 향해 이주민과 함께 하는 시민행진’을 진행하며 이주민 인권 10대 정책요구를 발표했다. 이주와 인권 연구소 제공
▲지난 6월 1일, 전국 이주인권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보신각에서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차별을 넘어 평등사회를 향해 이주민과 함께 하는 시민행진’을 진행하며 이주민 인권 10대 정책요구를 발표했다. 이주와 인권 연구소 제공

“미디어와 정치가 문제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낯선 것에 대한 불안함도 있고 인간의 본성 안에 편견이 있는데 그것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활용하면서 혐오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주민 인권 침해 부분에서 개선된 것도 많이 있지만 혐오의 양상이 돌출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달라진 점이 위험합니다”

이 소장은 보수의 첫 번째 타켓은 성소수자이고 그 다음에 난민 이주민을 타켓으로 설정해 정치인들과 결탁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이 그와 결탁하지 않고 정치가 태도를 분명히 오히려 그런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소수가 될 것이고 일반 시민들도 차별과 혐오는 안된다는 생각을 할텐데 여태까지 그런 사람들을 너무 키워준 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조폭은 대부분 조선족입니다. 실제 범죄율을 보면 범죄율이 더 높지도 않은데 대중 문화에서 조선족을 그런 식으로 다루어 왔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정착한 것 같습니다. 극우 보수 유튜버들이 방송을 하면 거부감을 많이 느끼고 현혹되지 않는데 대중문화가 이러면 뇌 속에 뇌 수액처럼 스며드는 것 같아요. 매우 위험한 일이죠”

이 소장은 난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나라 난민은 1544명밖에 없고 난민 인정률은 전체로 치면 2.7%인데 올해는 1%, 인도적 체류 허가마저도 얼마 안된다며 그런 것 치고 난민에 대한 배타적인 시각이 너무 많다며 신기한 현상이라 말했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 난민이 1544명밖에 없고 난민 인정률은 전체로 치면 2.7%인데 그런 것 치고 난민에 대한 배타적인 시각이 너무 많다며 신기한 현상이라 말했다. 이영일 기자
▲이 소장은 우리나라 난민이 1544명밖에 없고 난민 인정률은 전체로 치면 2.7%인데 그런 것 치고 난민에 대한 배타적인 시각이 너무 많다며 신기한 현상이라 말했다. 이영일 기자

최근들어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 대한 혐오에 대해서도 이 소장은 희한한다고 말한다.

“중국에 대한 혐오가 이주민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대되죠. 그런데 중국 혐오는 무엇을 혐오하는지 불분명합니다. 중국 정부를 혐오하는 것인지, 중국 문화를 혐오하는 것인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국 국적자를 혐오하는 건지 정체가 없습니다”

지방 소멸 시대에 이주민을 같이 사는 ‘주민’으로 보지 않고 ‘일하는 사람’으로 보는 엉터리 정책

이 소장은 저출산, 지방 소멸 시대에 이주민을 받아 들이는 정책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인구가 감소하니 어떻게든 이주민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결국 또 사람들을 갖다 쓰는 것에 집중하고 거기에 관리 능력도 없다는 것.

“지금 고용허가제 농업 노동자보다 계절 노동자 숫자가 더 많은데 거의 인신매매 수준입니다. 브로커 끼고 돈 수억 내고 들어와서 감시 당하면서 임금은 달달이 떼이고 지자체 공무원이 같이 개입하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이게 잘못된 겁니다. (이주민을) 안 받아들이면 사실은 대책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건 맞는데, 그러면 받아들이려면 주민으로 받아야죠. 같이 살아가야 할 주민으로 받아야 되는데 여전히 외국 인력으로 받고 있는 겁니다”

이 소장은 이런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그래도 이주 인권운동을 전개해 온 많은 NGO단체들의 노력 덕분에 다문화 교육 자체가 활성화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거기에 이주민들 스스로의 역량이 굉장히 성장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이주민과 이주 인권운동단체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 방향은 어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소장은 이주 인권운동을 전개해 온 많은 NGO단체들의 노력 덕분에 다문화 교육 자체가 활성화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일 기자
▲이 소장은 이주 인권운동을 전개해 온 많은 NGO단체들의 노력 덕분에 다문화 교육 자체가 활성화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일 기자

“예전에는 한국 말을 잘하는 우호적인 이주민을 무슨 위원회에 넣고 이주민의 목소리를 수렴했다고 하는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 말고 실제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주민들은 시민 여러분들과 똑같은 굉장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너무나 평범한 그냥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람들이 각각의 우연한 계기로 그저 여기에 살게 됐을 뿐입니다. 우리도 어쩌다 보면 외국에 가서 살게 될 수도 있죠. 그렇게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실을 바꾸기 위한 방향을 찾고 그 방향이 실현될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이 소장은 처음 이 연구소를 시작할 때 ‘연구가 무엇인가’라는 개념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보통 연구자들은 무언가 글을 쓰는 것에서 끝나기도 하는데 현실을 바꾸기 위한 방향을 찾아내고 그 방향이 실현될 때까지 ‘계속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자가 평소 이주민을 생각하던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이주민을 이주한 사람으로 생각했었는데 같이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미처 몰랐던 발상의 차이였다. 또 이주민을 같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일하러 온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이주민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방인으로 인식하는 차별적 시선을 벗어나 함께 사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성숙한 문화와 그에 걸맞은 수준 높은 정부의 다문화 정책이 전개되길 바라며, 2시간에 걸쳐 대화에 임해주신 이한숙 소장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다음 기사에서 특별대담②시청각장애인·발달장애인 분야 전문가편이 이어집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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