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경매를 중지시켜 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그리고 금융위원장님 지금 당장 중지해 주세요”
오늘 오전 11시 30분, 광화문 서울청사 앞에서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이자 현재 경매가 진행중인 안상미씨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장)의 절절한 호소가 퍼져 나갔다. 정부청사내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향한 호소이자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간곡한 외침이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와 (준)전세 사기·깡통 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광화문 서울청사 앞에서 ‘전세 사기 피해 주택 경매중지 행정명령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이 열린 11시 30분에는 정부청사 안 금융위위원회 주관 업무회의가 있던 때였다.
전세사기 피해자들, 금융위원회에 한시적 경매중지를 위한 행정명령 촉구
피해자들은 금융위원회에 한시적 경매중지를 위한 행정명령을 촉구했다. 또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기준 완화, 대환대출 등 논의를 위한 금융위원장 면담도 함께 요청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인 최은선씨는 “은행도 대출을 승인해줬기에 같이 해결을 해야 한다. 왜 임차인만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최씨는 “부동산 중개인이 소개를 해서 은행 직원이 직접 찾아와 대출을 진행했다. 바빠도 은행을 안 가도 대출이 진행된다고 해 커피숍에서 모든 계약을 진행했다. 그동안 내가 본 집들이 모두 남씨 일당의 집이란 걸 알게 되었고 이제는 은행도 한패라는 의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최씨는 “피해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수사 중인 집들의 경매 중지와 피해자들의 우선 매수권”이라고 호소했다. “낙찰이 돼서 쫓겨나면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다. 지금 나온 대책들은 실제로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라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피해자 안상미씨는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사건은 이른바 건축왕이라 불리는 건축주 남씨를 비롯해 바지 임대인,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인, 건물 관리업체까지 50명 이상이 공모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깡통 전세 사기 사건”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처음부터 보증금 반환 의사 없이 모두 짜고 속여서 한 전세계약임에도 선근저당이 있었다는 이유로 피해자들 질책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은행 돈 없이 집을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 계약시 임대인의 세금 납부 내역 이자 납부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임차인이 얼마나 있겠는가. 계약 시 중개사의 말을 믿지 않고 임대인의 개인사까지 알아보는 임차인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들, "전세사기 재앙은 시세 조작이 가능하게 한 정부에도 책임 있다" 성토
안씨는 “현재 나라의 정책들은 임대인들에게는 무자본 갭 투기를 조장했고 임차인들에게 빚내서 전세 살라고 대출을 홍보했다. 집값은 거품으로 불리도록 정책적으로 발판을 만들어 주었고 임차인은 알 수 없는 정보들로 가득한 임대인 우위의 시장에서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을 주고 관리 감독은 전혀 하지 않고 결국 모든 피해는 임차인들이 당하도록 만들어졌다. 전국적인 이 전세사기 재앙은 시세 조작이 가능하게 도와준 정부 정책에 있다. 정부는 방관자를 넘어 조력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안씨는 “사회 초년생 20대 청년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큰 금액의 돈을 빚으로 쥐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신혼집을 잃었고 임신을 계획하던 신혼부부는 자녀 출산을 포기했다. 그리고 사이좋던 부부들은 이혼을 하고 있다. 개인 파산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은 인생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청년도 아니고 신혼부부도 아니어서 사각지대에 있는 40대 1인 가구들은 그 어디도 기댈 곳이 없어 절망하고 있다. 노년층 피해자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하고 있다”며 “제발 경매를 중지시켜 달라”며 눈물을 쏟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는 임차인 우선 매수권과 낙찰 대금으로 사용 가능한 저리 대출을 요구했다. 피해 임차인들이 일단 주거 안정을 회복하고 차차 돈을 모아 손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다.
참여연대 "실질적으로 도움안되는 대책 내놓고선 생객내기에 주력" 비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주호 팀장은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한다며 대환 대출,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등을 내놓고 있는데 실제 지금 경매가 완료되는 세대들 5월 이전에 경매가 완료되는 세대들에게는 하나도 소용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5월 이전에 경매가 완료되면 기존에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 받았던 분들은 일시 상환을 해야 한다는 것. 김 팀장은 “전 재산을 전세 사기로 날렸는데 대출금 바로 상환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정부가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인데 이게 경매가 완료되고 나면 대환 대출도 불가능하다”며 극히 일부만 받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놓고 엄청난 생색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도권에서만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2만명으로 예측되고 있다. 수도권뿐 아니라 제주도, 포항, 대전, 광주 등 전국에서 전세사기가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가오는 8월~9월경에는 전세 만기 시점이 도래해 더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부청사 민원실을 통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면담 요청서를 제출하려 했지만 민원실에서 "출입 여부 업무만 하지 민원 서류는 접수받지 않는다"고 해 준비한 요청서는 제출하지 못하고 추후 인터넷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