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의 피해자가 연이어 사망하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은 주범 남씨가 공범들과 공모,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전세 보증금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은 뒤 가로챈 혐의의 사건이다. 피해 규모는 총 126억원에 이른다. 이에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1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와 인천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 12분경 인천 미추홀구 소재 아파트에서 30대 여성 A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지인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졌으며 집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의 피해자로 확인됐다. A씨는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고 2021년 9월 임대인 요구로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인상, 재계약했다. 그러나 A씨의 아파트는 전세사기 피해로 지난해 6월 전체 60세대가량이 경매에 넘어갔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 등에 넘어갔을 때 일정 금액의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는다. A씨의 아파트는 2017년 준공, 전세보증금 8000만원 이하이면 최우선변제금 2700만원 보장이 가능하다. A씨는 재계약으로 보증금이 9000만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에 최우선변제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A씨의 사망으로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전세사기의 피해자 사망자는 3명으로 증가했다.
앞서 지난 2월 28일 오후 5시 40분경 인천시 미추홀구 소재 빌라에서 30대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의 지인은 B씨가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찾아갔고 문이 열리지 않자 112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출동 이후 강제로 문을 열고 진입, B씨를 발견했다. B씨는 숨진 상태였다. B씨 휴대전화에서는 메모 형태의 유서가 발견됐다.
B씨의 빌라는 2011년 주택 근저당권이 설정됐고 B씨 빌라의 전세금은 7000만원이다. 하지만 B씨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또한 B씨도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어 지난 14일 오후 8시경 인천 미추홀구 소재 빌라에서 20대 C씨가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 C씨의 친구가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왔다 C씨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C씨의 방에서 극단적 선택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이 나왔다. 단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C씨는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했으며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자의 사망이 잇따르자 시민사회와 피해자단체를 중심으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을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준)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와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한 분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질 않기를 빌며 정부에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TF 구성과 충분한 피해구제 대책을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해결이 아닌 유예, 사각지대가 너무나도 많은 생색내기 대책만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시 한번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막아 달라"며 "국토부를 넘어 기재부, 법무부 등 관련 정부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범정부TF를 구성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주거권네트워크는 "전세사기는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재난"이라면서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해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권네트워크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구제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 경·공매부터 중지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세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추홀구의 2000여 세대를 비롯해 많은 피해자들이 경·공매로 언제 쫓겨 날지 두려워하며 하루 하루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울러 국회에 발의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면서 "여전히 빈틈이 많은 긴급주거지원, 대출연장 등을 보완하고 공공이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하는 등 피해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이하 민변)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정부의 연이은 대책 발표에도 희망을 버리고 사망에 이르게 되는 이유는 윤석열 정부의 대책이 피해자들에게 와닿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 대책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피해자들이 희망을 얻지 못하고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렀다면, 정부는 기존 대책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전향적으로 개선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은 "모든 대책의 전제로 법원의 경매 계속 진행을 즉시 유예하고 유예 기간 중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이고 개별적인 피해구제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면서 "무엇보다도 정부는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 조사에 들어가 정확한 실태 파악과 함께 피해자들이 안게 된 문제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변은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선구제, 투입 비용의 후회수 대책,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지원 대책, 파산·회생에 대한 소송구조 지원 대책, 선순위 국세채권의 부동산별 안분 등 피해 유형별로 빈틈없는 구제 대책을 수립·지원해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심리 상담과 치료를 위한 지원을 긴급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